“한 푼씩 돈을 모아 호주로부터 받은 구호금을 모두 되돌려주자!”
이 같은 구호와 함께 인도네시아에 ‘때 아닌’ 반(反) 호주 열풍이 불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2004년 쓰나미(지진해일)로 큰 피해를 봤을 때 호주가 성금을 냈던 일을 기억해야만 할 것”이라는 토니 애벗 호주 총리의 지난 18일 발언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 애벗 총리는 최근 인도네시아 당국이 호주인 마약사범 2명에 대한 사형 집행을 강행하기로 하자 과거 구호금 전달을 거론하면서까지 구명 운동을 벌였다. 호주는 2004년 인도네시아에 쓰나미가 들이닥쳤을 당시 10억 호주달러(오늘날 기준 약 8677억원) 상당의 구호금을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애벗 총리의 이 발언은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자존심을 건드려 이미 불이 난 두 나라 관계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2억5000만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한 푼씩 모아 호주에 구호금을 돌려주자’는 움직임이 확산됐으며, 수도 자카르타에서는 수많은 시민들이 전날부터 애벗 총리를 규탄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고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SMH)가 23일 전했다.
거리에 나선 시민들은 애벗 총리를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악명 높은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 비유하며 비난했다. 시민들은 애벗 총리의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함께 “호주인들은 샤일록이나 마약거래자의 사촌이 아닌 총리를 필요로 하고 있다”라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 등을 선보였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애벗 총리가 인도네시아인들에게 직접 사과할 때까지 이번 운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현지 매체가 전했다.
마약 남용으로 인해 매일 평균 50명, 연간 약 1만8000명이 숨지고 있으며 수감자의 약 70%가 마약사범일 정도로 마약 문제가 심각한 인도네시아 정부는 마약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마약사범에 대한 사형 집행 문제는 호주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과도 외교 갈등을 초래했다. 최근 인도네시아 당국이 브라질 국적의 마약사범에 대해 총살형을 집행하자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자국 주재 인도네시아 대사에 대한 신임장 제정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쓰나미 성금 돌려주자"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뿔난 이유는
입력 2015-02-23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