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는 3D 프린터의 신화가 어디까지 계속될까. 일본의 한 공업고등학교 학생들이 3D 프린터로 불상을 만들어내 화제가 됐다고 아사히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일본 남부 와카야마현의 현립 공업고등학교 학생들은 최근 기노카와시 엔후쿠사(円福寺)에 3D 프린터로 제작한 불상 복제본을 만들어 바쳤다. 애염명왕입상(愛染明王立像)이란 이름의 이 불상은 높이가 51cm로 일본 에도 막부 시대 전기(17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불상은 지난 2010년 10월 이 절에 있는 다른 불상 10개와 함께 도난당했다가 2년여 만에 돌아왔다. 2013년 2월 이 불상을 비롯한 이 절에서 도난당한 불상 3점이 고미술 전문 경매회사의 카탈로그에 게재된 것을 확인한 지역 주민들이 불상을 환수했던 것이다.
그러나 어렵게 환수한 불상을 또 다시 도난 가능성이 높은 절에 복귀시킬 것인가를 두고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뉘었다. 결국 현립 박물관은 이 공업고등학교 산업디자인과 학생 9명에게 불상 복제를 의뢰했다. 원본을 안전한 현립 박물관에 보관하되 원 위치에는 정교한 복제본을 두겠다는 계획이었다.
의뢰를 받은 학생들은 지난해 9월부터 레이저 광 등으로 불상을 측정하고 3차원 데이터 보정을 반복해 반년 간 불상 복제 작업을 이어갔다. 학생들이 3D 프린터로 제작한 불상에 박물관 측이 마무리 채색을 하면서 작업은 완성됐다.
지난 20일 3D 프린터로 복제된 불상이 공개되자 지역 주민들은 정교한 솜씨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역 주민인 스가와라 잇신(81)은 “복제본은 미세한 부분까지도 아주 놀라울 정도로 정교해 안심하고 진본을 현 박물관에 맡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와카야마현에서는 불상 도난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해 현재까지도 약 160개의 불상이 도난 후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3D프린터로 '불상'도 제작하는 시대…日공고생들 도난당한 절에 기부
입력 2015-02-23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