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카자흐, 무패의 유명 복싱챔피언 국적 호칭문제로 시끌

입력 2015-02-23 19:59
옛소련권 최대 동맹인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이 카자흐 유명 복싱 챔피언의 국적 호칭문제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텡그리 뉴스 등 카자흐 매체들은 러시아 언론 ‘가제타 알유’와 ‘로시야’가 카자흐 국민복서 게나디 골로프킨의 챔피언 방어전 소식을 전하며 그를 러시아인으로 소개했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언론의 이 같은 행태가 수차례 되풀이돼 양국 간 우호관계를 훼손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식이 알려지자 카자흐인들은 관련기사에 ‘러시아인은 문맹이다’, ‘러시아 언론은 믿을 게 못 된다’ 등의 댓글을 달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골로프킨의 부모도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이제 그들(러시아 언론)은 당연한 듯 이렇게(러시아인으로) 부른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해당 러시아 언론들은 카자흐에서 비난 여론이 들끓자 현재 문제가 된 표현을 삭제했다.

카자흐 북부 도시 카라간다 출신인 골로프킨의 공식국적은 카자흐다. 러시아 언론은 골로프킨이 카자흐가 소련에 속해있던 1982년에 태어났다는 점과 그의 아버지가 러시아인이라는 이유로 그를 종종 러시아인으로 소개해 양국간 갈등을 촉발하고 있다.

골로프킨은 세계복싱협회(WBA), 국제복싱기구(IBO) 남자 미들급 현 세계챔피언으로 카자흐에서는 국민복서로 통한다. 특히 고려인 어머니를 둬 한국에서도 주목의 대상이 되는 등 국제적 유명인사다. 골로프킨은 전날 마틴 머레이(잉글랜드)와 치른 WBA 미들급 챔피언 방어전에서 TKO승을 거두며 19경기 연속 KO승과 프로통산 32전 32승(29KO)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