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장 공모 벌써부터 시끌

입력 2015-02-23 19:55
내달 중순 인선이 마무리되는 새 국립현대미술관장 공모와 관련해 미술계가 벌써부터 시끄럽다.

‘국립현대미술관 정상화를 위한 범미술행동 300’은 23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관장으로 선임되지 말아야 할 ‘10대 사양인물’을 밝혔다. 이제훈 공동대표는 “학연과 지연 등 특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사람, 외압과 낙하산으로 사전 선출된 사람, 무능과 비리·비윤리적 전력을 보유한 사람” 등을 예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포함해 ‘정(政)피아’ 등의 낙하산 인사와 ‘학피아’로 미술계를 오랫동안 지배해온 인사들도 금번 공개채용 응시에서 자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 미술계 인사들이 24일 인사동에 모여 정부에 공정한 인선을 촉구하는 행사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장 인선은 이달 9일 공모가 마감돼 현재 서류 심사가 진행 중이다. 공모 결과 김용대 전 대구미술관장(60), 김정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64), 김찬동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문위원(58), 유희영 전 서울시립미술관장(75), 윤진섭 호남대 미술학과 교수(60), 이용우 전 광주비엔날레 대표(63), 최효준 경기도미술관장(63) 등 15명이 응모했다. 이 가운데 서류전형으로 5명을 추려 면접을 실시한 뒤 최종후보를 3명으로 압축한다.

차기 관장의 윤곽 조차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미술 관련 단체가 행동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서울관 시대가 열리면서 주목도가 높아졌고, 전임 정형민 관장이 채용 비리 파문으로 불명예 퇴진한 것 등이 관심을 키웠을 것으로 해석된다.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은 ‘친박 인사’인 김 전 의원이다. 그는 서울대 미대와 프랑스 파리대 대학원(미술사학)을 졸업한 ‘미대 출신 첫 국회의원’이다. 2009년 미래희망연대(당시 친박연대) 소속 비례대표 의원으로 18대 국회에 진출한 뒤 2012년 합당으로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소속이 됐다. 김 전 의원의 남편인 곽영훈 사람과환경그룹 회장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열린 한나라당 경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에 참여했다. 일각에선 ‘정피아(정치권 출신 인사)’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일부 후보자의 경우 재직 시의 예산 과다 집행, 집요한 로비 행태 등에 대해 잡음이 일고 있다.

이 대표는 “후보가 압축이 되고 나서 행동하면 너무 늦다”며 “미술계가 희망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데 의미를 둔다”고 말했다. 신임 미술관장 인선은 이르면 3월 중순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