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예방 세미나서 하나님의교회 비판했다 2000만원 벌금 나온 진용식 목사 1심서 무죄

입력 2015-02-23 17:35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구 안상홍증인회)’를 비판했다가 약식재판에서 명예훼손·모욕 등의 혐의로 거액의 벌금형을 받은 진용식 안산상록교회 목사(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장)가 정식재판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7단독 한정석 판사는 진 목사에 대해 “문제의 강연 등은 신도들에게 객관적 정보를 제공해 주의를 촉구하고 경각심을 일으켜 신도들을 보호하고 교리상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종교적 비판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한다”고 23일 밝혔다.

진 목사는 2012년 3월부터 7개 교회에서 이단세미나를 진행하면서 하나님의교회에서 ‘아버지 하나님’으로 믿는 안상홍(1918~1985)씨와 ‘어머니 하나님’으로 추앙하는 장길자(73)씨를 비판하고 하나님의교회의 이단성과 시한부 종말론의 문제점을 지적했다(표 참조). 하나님의교회 측은 진 목사의 발언을 녹취한 뒤 명예훼손과 모욕, 업무방해,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진 목사는 검찰의 약식기소로 2013년 약식재판에서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자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이단예방 세미나 발언, 종교비판 자유에 해당=재판부는 “이단성 비판은 기독교 내지 기성교단의 공적 이익에 관한 것으로, 선교의 자유에 포함되는 종교비판의 자유의 한 발현 형태”라며 “종교비판의 자유는 고도로 보장돼야 하므로 진씨 발언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안씨가 국수를 먹다가 갑자기 쓰러졌다’는 진 목사의 발언에 대해 “175개국에 2500개 교회가 설립돼 200만 신도가 있는 하나님의교회 규모에 비춰볼 때, 안상홍의 사망 경위에 관한 사실은 공적인 것에 해당한다”면서 “이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 문제 제기는 광범위하게 허용돼야 하며 명예훼손이라는 이름으로 봉쇄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장씨가 지나가면 신도들이 코를 박고 일어나지 못한다’는 발언도 “어떤 종교나 교주에게 이단성이 있다는 발언은 근본적으로 종교비판행위에 해당돼 폭넓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소 과장되거나 부적절해도 일반 언론·출판의 자유보다 넓게 보호되는 종교비판의 자유에 포함되기 때문에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하나님의교회 시한부종말론 언급했다”=‘하나님의교회가 시한부종말론을 주장했다’는 발언에 대해선 “국제종교문제연구소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연구용역으로 2000년 발간한 ‘한국의 종교단체 실태조사연구’에는 하나님의교회가 1988년과 99년 시한부종말론을 신도들에게 주장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는 내용이 있고 안상홍의 저서와 안내 팸플릿은 88년 세상종말에 관해 여러 차례 언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신도였던 사람 8명이 ‘하나님의교회가 99년 또는 2012년에 지구 종말을 예언하고 가르치는 등 시한부종말론을 주장했다’는 취지로 작성한 진술서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이비 종교 때문에 여신도들의 가정이 파탄됐다는 발언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어떠한 허위사실을 적시해 하나님의교회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인지 소명되지 않았기에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길자교’ ‘썩을 놈’ 표현도 모욕에 해당 안돼=재판부는 진 목사가 ‘이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하나님의교회를 모욕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이단의 통상적 의미가 교회, 특정교단의 권위에 의해 배척된 교리나 체제임을 뜻하는 것일 뿐임으로 그 자체로 그릇된 것이라는 의미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진 목사가 ‘썩은 놈’ ‘길자교’ ‘암수’ 등의 단어와 표현을 쓰며 모욕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종교비판의 자유의 한계를 넘은 위법 행위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진 목사가 장씨의 사진을 사용해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는 주장과 선교·전도를 방해했다는 업무방해죄 주장에 대해서도 “위법이 아니다”고 밝혔다.

다만 1984년에 촬영된 안씨의 유월절 대성회 집례사진을 진 목사가 사용한 것은 저작권법 위반이라며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진 목사는 “이번 판결로 하나님의교회의 이단성을 비판할 수 있는 법적 정당성을 확실히 보장받았다”면서 “50만원 벌금형도 부당하기 때문에 법원에 항소했다”고 밝혔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