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男, 예능 대세로 떠올랐다

입력 2015-02-23 21:13
강력계 형사(영화 ‘하이힐’), 북한군 장교(영화 ‘포화 속으로’), 시장(드라마 ‘시티홀’)과 톱 배우(드라마 ‘최고의 사랑’)까지…. 배우 차승원(45)의 필모그래피다. 카리스마 있는 명품 연기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평정했던 그. 헌데 최근 그의 연관검색어에 요리자격증, 차줌마(차승원과 아줌마의 합성어) 등이 줄을 잇는다. 짝꿍 유해진(45)도 그렇다. ‘왕의 남자’, ‘타짜’, ‘해적’까지 굵직한 영화에서 자신만의 연기 세계를 펼쳐갔던 그는 이제 ‘어부 아빠’로 불린다.

두 사람과 농구선수 출신 서장훈(41), 예능인으로 다시 태어난 배우 이서진(44) 등 최근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을 막론하고 예능 대세로 떠오른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40대에 각 분야에서 인정받은 직업인, 그리고 그간 대중에게 각인됐던 모습과 대비되는 ‘반전 매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반전 매력의 힘이 폭발적으로 증명된 예가 차승원 유해진의 tvN 예능 ‘삼시세끼-어촌편’이다. 지난 20일 방송분은 시청률 14.2%(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로 케이블 채널의 역대 최고 시청률로 기록됐다.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모습의 유해진과 어묵, 빵, 케첩과 막걸리까지 손수 만들어내는 차승원의 찰떡 호흡이 이 프로그램 내용의 전부다. 겉보기엔 심심해보이지만 자연스러움으로 대중의 코드를 완벽히 집어냈다. 두 사람에겐 동반 CF 촬영 제의도 줄을 잇고 있다.

서장훈의 맹공격도 무섭다. 농구 코트를 장악했던 ‘공룡 센터’에서 엉뚱하고 투덜거리는 ‘귀여운’ 예능인으로 캐릭터가 180도 바뀌었다. 지난해 MBC 예능 ‘사남일녀’에서 활약하던 그는 같은 채널 ‘무한도전’과 ‘라디오스타’엔 게스트로, 케이블 채널 Mnet ‘야만 TV’와 MBC ‘세바퀴’ 등에선 진행자로 나섰다. 지난 설 연휴 KBS ‘스타는 투잡중’ 등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tvN ‘꽃보다 할배’ 시리즈와 ‘삼시세끼-정선편’을 통해 소박한 모습을 선보였던 이서진은 다음달 말 방영 예정인 ‘꽃보다 할배-그리스편’에 다시 합류해 인기를 이어간다. 도시적이고 똑똑한 이미지가 강했던 그지만 이젠 ‘허당’ 매력을 선보이며 드라마 ‘다모’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들의 등장은 최근 예능프로그램이 단순한 설정 속에서 개인 스토리로 재미를 주는 포맷으로 변화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간 예능이 새로운 게임 포맷을 만들어가면서 즐거움을 선사했다면 이제는 출연자 한 명 한 명이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지우지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셈이다. 제작진 사이에선 이제 ‘얼마나 새롭고 낯선 얼굴을 발굴해 자연스럽게 그들의 일상을 보여주느냐’가 성공의 관건이 됐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23일 “프로로 인정받으며 살아온 이들이 일상에서 허점을 보이자 이에 신선함을 느낀 시청자들이 열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