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2년] 한일관계 복원, 낮은 단계 신뢰에서 높은 단계 신뢰로 나가야

입력 2015-02-23 21:45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첫해였던 2013년 5월 미국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와중에 ‘서울 프로세스(동북아평화협력구상)’를 발표했다. 과거사와 영토 문제, 안보 등으로 충돌하는 남북·중·일·러 등 한반도 주변국 사이에 일종의 평화정착 협의체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방법으로는 인도적·경제적·문화적 협력 같은 ‘낮은 단계의 신뢰’를 쌓아 최종적으로 정치·군사·안보 문제 등을 협의하는 ‘높은 단계의 신뢰’를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이후 해외방문 외교 때마다 각국 정상들에게 이를 설파했다. 그러나 일본에 관한 한 이런 박 대통령의 구상은 실제화되지 못하고 있다. 거듭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과거사 도발 언행에 “과거사 반성 없이는 한·일 관계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만 보내왔다. 박근혜정부의 대일(對日) 기조가 이른바 ‘원칙주의 외교’에 더해 온 셈이다.

국제사회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는 여전히 과거사 정당화 작업에 여념이 없다. 그는 일본 내에선 강경하다가도, 그는 다자외교 무대에서 이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 이내 뒤로 물러났다. 결국 자신의 집권기반을 다지기 위한 일종의 ‘국내정치용’ 행보로 해석된다.

현재 우리 정부가 한·일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이전 정부까지의 ‘조용한 외교’ 전략과는 상당히 달라져 있다. 조용한 외교란 독도 영유권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도발할 경우 그때그때 대응하지만, 이를 우방관계인 양국 사이의 협력 틀을 깰 정도로 민감하게 다루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박근혜정부는 이 노선을 버리고, 일본의 도발을 국제사회에 공론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일본이 과거사 반성에 나서지 않는 한 그동안 존재해왔던 양국 사이의 고위급 대화채널을 재개하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이를 반영하듯 한·일 정상회담은 물론, 양국 외교장관 간 대화도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물론 차관급 이하의 대화는 진행된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외교당국간 실무협의 등이 이뤄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양국간 민간·경제 협력 물꼬를 다시 틀 수 있는 전면적인 협의틀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를 복원해야 과거사를 둘러싼 양국 고위인사들의 대립에 완충제 역할을 할 것이란 견해다. 한 외교전문가는 23일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 이행하는 박 대통령의 신뢰 프로세스를 위해서라도 일본 정부의 도발에만 매몰돼선 안 된다”며 “대일관계 회복으로 얻을 수 있는 우리 이익도 충분해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