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유신으로 돌아가는거냐? 조만간 ‘애국가 울리고, 얼음땅 자세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겠구나. 더 지나면 이승만, 박정희 두 독재자를 신격화해서 묵념하는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 한심한 정부의 발상에 피곤함만 쌓인다”
“국회 출석 안 하는 놈. 출석해서 잠자는 놈. 이런 놈들 강제하는 법은 안 만드나? 이런 말도 안 되는 법 만들 생각 말고”
“이건 뭐 법이 아니라 억지네. 태극기 강제게양한다고 애국심이 생길 거라는 저 발상 자체가 다분히 독재스럽다”
“추억 돋는다. 소름도 돋는다”
정부가 태극기 게양률을 높이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터넷이 발칵 뒤집혔다.
경향신문은 23일 행정자치부의 ‘3·1절 국기 달기 운동 및 의정업무 설명회 자료’를 확인한 결과 정부가 민간 건물과 아파트 동별 출입구에 별도의 태극기 게양대를 만들도록 관련 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아파트 단지 안에 게양하는 태극기 구입과 관리 등을 위해 관리비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근거도 마련키로 했다.
이 매체는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 이미 전 국민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 추진단이 만들어진 상태라고 전했다.
전국 읍·면·동에는 300가구 이상 대규모 아파트나 마을을 1곳씩 선정해 국기 게양 모범 아파트를 조성하도록 했다. 또 현재 구청과 주민센터에서 판매하고 있는 태극기를 아파트 관리소에서 위탁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태극기 게양 분위기 확산을 위해 학생을 대상으로 국기 게양 후 일기·소감문 발표나 국기 게양·하강식 실시 등도 포함돼 있다. 게양 후 인증샷을 학교에 제출하는 안도 추진하고 있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어린아이들에게는 어린이집을 통해 홍보하고 경로당을 찾아 노인들에게 애국심 발휘를 요청하자는 방안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를 통해서는 방송 등에 홍보 자막과 특집 프로그램 제작 등을 요청하고 기업체에는 고객 사은품으로 태극기를 주도록 했다.
아울러 공무원들에게는 인사혁신처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공무원 복무규정의 성실의무 차원에서 태극기를 게양할 수 있도록 업무 공문을 통해 지시하기로 했다.
광복 70주년인 올해 선열들의 위업을 기리고 분단 극복의 의지를 다지기 위해 관련 법 개정과 전 국민 국기 달기 운동을 추진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네티즌들은 “유신시대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며 실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태극기 게양 운동을 자발적으로 시행한다면 모르겠다만 강제라니…. 조만간 아침 9시와 저녁 6시에 전 국민이 기립한 상태에서 가슴에 손 올리는 웃지 못할 일들이 또 일어나게 생겼구만… ㅋㅋ. 21세기에 애국심을 강제한다고 세뇌세대처럼 솟아날 듯 싶으냐??” “애국심을 법으로 고양하다니, 가능한 일이냐? ㅋㅋㅋ 기가 막힌다” “신 유신시대”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이명희 선임기자 mheel@kmib.co.kr
“유신시대로 돌아가냐” ‘태극기 게양’ 법으로 강제한다고?
입력 2015-02-23 09:12 수정 2015-02-23 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