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초-중-고생들의 꿈의 직장? 암울한 취업시장 대변

입력 2015-02-22 18:10
서울의 한 사립명문대 어문계열을 졸업한 A씨는 올해 지방의 한 교육대학에 편입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취업이 어려워 초등학교 교사가 되기 위함이다. A씨 같은 사례는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초등학교 교사 임용고시 자격이 주어지는 교육대학의 경쟁률은 이미 몇 년 째 상승 중이다. 교사인 여성이 최고의 신부감이던 시절을 지나 ‘남자 선생님’ 선호도도 매우 높아졌다. 교사를 선호하는 추세는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취업시장이 갈수록 어둡고 팍팍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교사가 ‘성공적 직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안정적 직업이 최고? 중·고생 교사 선호 1위=22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2014년 학교진로교육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남녀 중·고등학생과 여자 초등학생들이 가장 희망하는 직업은 모두 교사였다. 개발원이 지난해 7월 초등학생 7만3262명, 중학생 6만2203명, 고등학생 4만4937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학생들의 교사 희망 추세는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정도가 더욱 심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여고생(15.6%) 뿐 아니라 남고생도 9%가 각각 교사를 가장 희망하는 직업으로 꼽았다. 중학생의 경우 여학생은 19.4%, 남학생은 8.9%가 선생님이 되는 것을 꿈꿨다.

이어진 선호 직업에서 남고생은 박사와 과학자 등 연구원(5.0%), 회사원(4.5%), 경찰관(4.2%) 등을 꼽았다. 여고생은 연예인(3.6%)을 그 다음으로 희망했지만, 박사·과학자 등 연구원(3.3%)이나 경찰관(2.9%) 등도 다수가 희망해 눈길을 끌었다. 과거 남학생들이 주로 선호하던 경찰관이 여학생들이 희망하는 직업군에 들어간 것이다. 판·검사나 변호사 등 법조인은 5위권 내에 들어가지 못했다. 과거에 비해 안정적인 직업군에 대한 희망도가 높아지고, 우리 아이들도 점점 모험심이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팍팍한 어른들의 삶…올해 취업시장 더 어두워=학생들이 안정적 직업을 희망하는 데는 자식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의 영향이 단연 크다. 설문에 응답한 고등학생들 중 31.8%가 부모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매일 같이 접하는 현실 상황에서 학생들도 자유롭지 않다는 분석이 높다. 취업시장이 나아지기 보다는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도 지난해보다 취업상황이 더 나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과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올해 초 한국의 BSI 인력사정 지수는 94로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BSI(Business Survey Index·기업경기실사지수) 인력사정 지수는 ‘인력 과잉’으로 응답한 업체 수에서 ‘인력 부족’으로 응답한 업체 수를 뺀 뒤 100을 더해서 구하는 수치로 수치가 높을 수록 기업의 고용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BSI 인력사정 지수는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말 105까지 치솟은 뒤 2013년 4월 88까지 떨어졌지만, 지난해 90선 위로 올라섰다가 올해 94로 뛰어올랐다. 김두언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기업의 채용 유인이 줄고 가계의 취업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