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렁소야, 하늘나라에선 할아버지와 함께 꽃밭을 거닐 거라’
동물사랑실천협회 회원인 박소연씨가 22일 협회 공식 페이스북에 올린 ‘청각 장애 할아버지와 누렁소’의 안타까운 사연이 네티즌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있다.
인사이트 보도에 따르면 박소연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축사에 화재가 발생하는 바람에 자신과 12년간 동거동락한 누렁소를 구하다가 세상을 떠난 한 노인의 마지막 소원을 전했다.
박씨가 소개한 사연은 이렇다. 가족들이 모두 서울로 떠나고, 홀로 남은 김모 할아버지는 누렁소와 함께 산 지 12년이나 흘렀지만 누렁소를 팔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찬밥으로 대충 끼니를 때워가면서도 누렁소에게만은 극진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날마다 정성껏 따뜻한 쇠죽을 누렁소에게 끓여 먹였고, 누렁소가 춥지 않도록 보살폈다. 누렁소는 남은 평생, 할아버지의 곁에서 늘 함께해 주는 고마운 자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언제나처럼 쇠죽을 끓여 주던 중 불씨가 축사로 날아들어 불길에 휩싸였다. 할아버지는 누렁 소를 풀어 구하고자 축사에 뛰어 들었고, 화마 속에서 겨우 누렁소를 풀어 주었으나 자신은 끝내 밖으로 나오지 못했고 결국 목숨을 잃었다. 누렁소도 온 몸에 화상을 입었고 간신히 구조됐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동물사랑실천협회는 누렁소를 입양해서 치료하고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기로 했다.
협회는 끝까지 누렁소를 구해서 할아버지가 목숨을 걸고 지켜낸 그 뜻을 이어받고자 했다. 하지만 할아버지 가족들이 누렁소를 이웃집에 팔았고 결국 도살장에서 도축되고 말았다. 협회는 그 과정에서 이웃 주민 등을 끝까지 설득하려고 했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박소연씨는 특히 “이웃주민과 협의 하는 과정에서 누렁소를 ‘물건’ 취급하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세상은 아직 소를 소로 볼 뿐이다”며 안타까워 했다.
누렁소를 구하려고 했던 박씨는 가슴 아픈 사실을 알리면서 할아버지의 못다 이룬 소원을 전했다.
박씨는 “할아버지가 십여 년 이상 소를 팔지 않고 함께 해 온, 그렇게 소와 나눈, 소를 끝까지 살리고자 외롭게 애썼을, 그 마음을 결국 우리의 노력으로도 지킬 수 없었다는 사실이 속상하다”며 “‘누렁소야, 하늘나라에선 할아버지와 함께 꽃밭을 거닐 거라’”고 추모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누렁소야, 하늘나라에선 할아버지와 꽃밭 거닐거라"
입력 2015-02-22 15:38 수정 2015-02-23 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