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유튜브에는 ‘자동차 블랙박스에 찍힌 용감한 취객? 도로 위의 취객? 정말 위험했다~~휴우~~~!!’라는 제목의 글과 동영상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우리 가족은 시골에서 설을 잘 쇠고 새벽에 대전에서 올라왔다. 대전에서 늦은밤 12시가 넘어서 출발했는데도 3시간이나 걸렸다”며 “서울 한남대교 남단에 도착했을 무렵 도로 한 가운데 시커먼 무엇인가가 움직이고 있어 속도를 줄이고 가까이 가보니 취객이었다”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무조건 취객의 안전을 확보해 주기 위해 뒤를 지켜줬다”며 “일단 경찰에 신고를 하고 지켜만 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취객이 전봇대에서 실례를 할 때 내려서 제압을 할 수도 있었지만 예전에 취객의 폭력과 욕설, 오해로 인해 고통을 받은 적이 있어 또 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마무리가 잘 돼서 다행이다”라고 글을 맺었다.
이날 새벽 블랙박스에 찍힌 6분 남짓 분량의 동영상에는 한남대교를 향해 달리던 차량 속 운전자가 도로 한복판을 비틀비틀 걸어가는 취객을 발견하고 ‘112’ ‘112’를 외치며 동승자에게 신고하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면서 비상등을 켜고 취객 뒤를 조심스럽게 뒤따라간다. 취객이 고속도로에서 내려 압구정동 길로 접어들자 차량 안의 운전자는 경찰에 위치를 설명하면서 취객을 보호하며 뒤따라갔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취객은 비틀비틀 걷다가 갑자기 운전자 차량 뒷좌석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당황한 운전자의 부인이 웃는 소리가 들리고 제정신이 아닌 취객은 ‘고(GO)’를 반복해서 외친다.
운전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취객을 인계한 뒤 안심하고 자리를 떠났다.
네티즌들은 “귀경길에 많이 피곤하셨을 텐데 좋은 일 하셨네요” “뒷좌석에 타고서 ‘렛츠고’ 두분 좋은 일 하셨네요” “당신 같은 분이 계셔서 그래도 대한민국이 돌아가고 있는 것 같슴다. 이 팍팍한 땅에 오랫 만에 마음이 녹아내립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등의 댓글을 달며 감동하고 있다.
이명희 선임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