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이른바 ‘3김(金) 시대’의 한 축을 이뤘던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부인 박영옥 여사가 21일 밤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6세.
박 여사는 척추협착증과 요도암으로 투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리는 지난해 입원한 부인 곁에서 지극정성으로 간호했다. 김 전 총리 본인도 2008년 말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곤 했는데도 부인을 헌신적으로 돌본 것이다. 파란만장한 정치 인생을 산 김 전 총리를 64년간 그림자처럼 내조했던 부인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진석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모습을 전했다. 정 전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딸이 댁에 들어가시라고 해도 김 전 총리는 밤늦게까지 곁을 떠나지 않고 간병했다”면서 “두 분 사이가 원래 좋지만 김 전 총리가 지성으로 간호하는 걸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 측근들에 따르면 지난 15일 64주년 결혼기념일을 맞은 김 전 총리는 다정다감한 남편으로서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 전 총리는 결혼 당시에도 ‘한번 단 한번 단 한사람에게(Once, only once and for one only)’라는 영국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 구절을 인용했다.
박 여사는 중앙정보부장과 6∼10대, 9선 국회의원, 두 차례 국무총리를 지낸 ‘정치인 남편’을 조용히 뒷바라지했다. 남편을 대신해 지역구를 챙기거나 김 전 총리에게 민심을 전하기도 했다. 고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육영수 여사의 모습을 모델로 받아들인 것 같다고 김 전 총리 측근들은 전했다.
경북 선산군에서 태어난 박 여사는 서울 숙명여대 국문학과를 나와 모교인 구미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던 1951년 2월 박정희 전 대통령을 통해 김 전 총재를 만나 결혼했다. 고인은 생전 “매스컴에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내조했다고 자부한다”며 “프랑스 드골 대통령의 부인 이본느 여사처럼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내조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요청에는 “남편을 하늘같이 생각하기 때문에 점수를 매긴다는 생각 자체를 할 수 없다”고만 했다.
고인은 양지회 회장과 한국여성테니스협회 회장 등을 지냈다. 슬하에는 김진 운정장학회 이사장과 김예리 Dyna 회장 등 1남 1녀가 있다. 박 여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 셋째 형 박상희씨의 장녀로 박근혜 대통령의 사촌언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박 여사 빈소에 조화를 보냈다. 장례는 5일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오는 25일 오전이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64년 조용한 내조’ JP 부인 박영옥 여사 별세
입력 2015-02-22 1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