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박근혜, 김정은의 수양어머니로 적합?” 궁합까지 보는 막장 종편… 거센 후폭풍

입력 2015-02-22 15:16 수정 2015-02-22 15:38
TV조선 방송 화면촬영

올해 첫날 역술인을 불러 박근혜 대통령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귀인’이라고 주장하거나 ‘수양아들로 받아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그대로 방송한 종합편성채널 시사프로그램이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

22일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에서는 지난달 1일 신년특집 방송에서 역술인을 불러 동아시아의 정세와 지도자들의 관계를 다룬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의 시사프로그램 ‘장성민의 시사탱크’가 구설수에 올랐다. 주제는 ‘역학자가 본 2015년 김정은의 운명’이었다.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에 따라 초청을 받은 역술인 권훈씨는 비과학적인 근거를 앞세워 “박 대통령이 김 제1비서의 귀인”이라거나 “박 대통령은 김 제1비서를 수양아들로 받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씨는 “김 제1비서의 올해 운세가 좋지 않다”면서 “부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그에겐 없다. 그렇다면 누가 바로잡아줄 수 있겠는가. 바로 박 대통령이다. 역학으로 봤을 때 (김 제1비서는 박 대통령을) 수양어머니로 모시면 좋다”고 말했다. 권씨가 대상을 모호하게 말하자 진행자는 박 대통령과 김 제1비서를 거론하며 권씨의 발언을 바로잡았다. 화면에는 권씨의 발언을 발췌한 형태로 ‘박 대통령, 김정은의 부모 역할 가능’이라는 자막이 흐르고 있었다.

권씨의 황당한 발언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권씨는 “국가 지도자지만 사람과 사람이 아닌가. 나이도 그렇다. 박 대통령도 자식이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너 내 아들 해라’ ‘예 엄마 하겠습니다’라고 해서 한반도에 70년간 묵은 떼를…(씻어내야 한다). (통일을) 만들어봐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권씨의 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화면에는 ‘박 대통령, 못 사는 수양아들(김정은) 돌봐야’ 등의 자막이 나왔다.

박 대통령과 김 제1비서의 궁합까지 다뤄졌다. 궁합은 음양오행설을 통해 혼인을 앞둔 남녀의 상생과 상극을 내다보는 무속신앙이다. 관용적 의미에서 ‘두 사람의 관계’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역술인들에겐 남녀 사이의 길흉을 가리는 비과학적 점괘다.

권씨는 “박 대통령과 김 제1비서는 궁합이 잘 맞는다”거나 “김 제1비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궁합이 안 맞는다”며 박 대통령을 김 제1비서의 ‘귀인’이라고 했다. 또 “100쌍 가운데 하나 수준으로 박 대통령과 김 제1비서의 궁합이 잘 맞는다”고 주장했다.

신정이나 설날에 역술인을 불러 근거 없는 전망을 다루는 방송사들이 많지만 대부분은 예능프로그램을 통한 흥밋거리 수준이다. 시사프로그램에서는 흔치 않은 소재였다.

인터넷에서는 문제의 프로그램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네티즌들은 “황당하다 못해 화가 날 수준이다. 막장 드라마보다 더한 막장 시사프로그램이다” “종합편성채널이 아니라 종합예능채널로 성격을 변경하라” “국회의원들을 모아놓고 ‘우리 결혼했어요’까지 기획할 판이다” “역술인이 하는 말에 무게를 실어준 진행자와 제작진은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위)는 역술인이나 무속인의 주장을 그대로 방송한 일부 종합편성채널 시사프로그램에 대해 법정 제재인 ‘주의’를 내리는 안건을 다음주 전체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역술인이나 무속인의 출연을 제지할 방법은 없다면서도 “국내외 정세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할 것처럼 하는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1조에는 ‘방송이 미신 또는 비과학적 생활태도를 조장해서는 안 되며 사주, 점술, 관상, 수상 등을 다룰 때에는 인생을 예측하는 보편적인 방법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