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 매매보다 비싼 서울 아파트… 네티즌 “30년 후에 사겠다”

입력 2015-02-22 15:16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값이 매매가의 90%를 넘어 100%에 육박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집 구하기가 힘들어서 결혼할 수 있겠냐”며 높은 전세값을 성토하고 나섰다.

2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전세 실거래가 자료는 서울 성북구 종암동 종암SK 전용면적 59㎡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이 지난달 6일 2억4000만원으로 매매가인 2억4900만원과 900만원 밖에 차이가 안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수도권 여러 아파트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90%에 달했다.

부동산정보광장의 발표 이후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전세값 상승은 집값 폭락의 전초현상이다. 아무도 집을 안 사려하기 때문” “집값이 떨어진다는 소리는 10년 전부터 있었다. 집값은 안 떨어진다” 등 다양한 반응이 이어졌다. 높은 전세값이 집값 상승에 따른 것이라는 시각과 집값 하락에 의한 것이라는 시각 모두가 상존했다.

하지만 지금의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네티즌들은 “1년에 1000만원도 잘 안 모이는데 3억 넘는 집을 어떻게 구하느냐, 30년 후에 사겠다”며 “서울에서 집구해서 결혼하는 것은 포기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젊은이들 사이에선 아파트 불매 운동이 벌어질 기세다. 지금의 전세값 상승 현상이 “집을 사지 않겠다”는 젊은 세대들의 반발심 때문으로, 집값이 낮아질 때까지 절대 사지 않겠다는 것이다. “인천에는 32평 주택이 7000만원 한다. 서울에서 집을 살 이유가 없다” “6억 주고 전세를 사는 일이 있더라도 집은 안 산다. 지금 집을 사는 멍청한 젊은이가 어딨느냐”는 반응이 이어졌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조롱도 이어졌다. 정부는 중개 수수료를 낮추고 다주택자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주택 매매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의도다. 네티즌들은 “집값이 정상적이어야 집을 살 것 아니냐. 집값 폭락을 다음 정권으로 떠넘기려 하자 마라” “전세가를 높여 매매 혹은 월세로 전환하도록 하는 정부의 전략은 정확히 성공했다. 애초에 전세입자를 위한 정책은 없었다. 기성세대의 빚을 떠맡으라는 뜻” 등의 반응을 보였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 선사현대 전용 59㎡ 전세는 지난달 초 3억3000만원에 계약됐다. 매매가보다 1000만원 쌌다. 화성시 병점동 한신아파트 전용 60㎡는 지난달 거래된 전세가가 1억7000만원으로, 같은 달 거래된 매매가(1억6900만원)보다 오히려 높았다. 국민은행 조사 결과 지난달 말 기준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70.2%로 1998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육박하면서 ‘깡통 전세’가 우려된다. ‘깡통전세’는 전셋값이 매매값에 육박하거나 더 높아 나중에 집이 경매 등에 넘어갈 경우 전세금을 되돌려받기 어려운 경우를 말한다. 추후 집값이 조금만 하락해도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비싼 역전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부동산114 김은선 과장은 “매매가에 육박하는 고가 전세는 집이 경매로 넘어가거나 집값이 하락할 경우 전세보증금을 날릴 수도 있으므로 계약에 유의해야한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