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형은 이뤄 놓은 게 정말 많아요. 제가 어떻게 감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의 ‘키맨’ 기성용(26)은 누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활약했던 박지성(34·은퇴)과 자신을 비교하면 손사래를 친다. 그런데 그가 이번 시즌 박지성을 뛰어넘을 기세다. 기성용은 22일(한국시간) 영국 웨일스의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2015 프리미어리그 26라운드 맨유와의 홈경기에서 시즌 5호 골을 터뜨렸다.
기성용의 공격 본능이 돋보인 경기였다.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그는 수비라인을 지키며 경기를 조율하는 역할을 우선적으로 수행했다. 하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격수처럼 최전방과 측면에 적극 침투했다. 개리 몽크 스완지시티 감독이 기성용의 공격 능력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성용은 0-1로 뒤져 있던 전반 30분 왼쪽 측면에서 존조 셸비가 올려 준 크로스를 골 지역 정면에서 왼발로 살짝 방향을 바꿔 놓는 재치 있는 슛으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프리미어리그 시즌 5호 골을 넣은 기성용은 엄지손가락을 입에 무는 ‘젖병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아내인 배우 한혜진이 최근 임신한 것을 축하하는 세리머니였다. 스완지시티는 후반 28분 바페팀비 고미스의 역전 결승골로 2대 1로 이겼다. 지난해 8월 시즌 개막전에서도 맨유를 2대 1로 꺾은 스완지시티는 맨유를 상대로 2전 전승을 거뒀다.
기성용은 이날 골로 ‘맨유 킬러’라는 새 별명을 얻었다. 그는 프리미어리그의 공식 개막 골을 맨유전에서 터뜨렸다. 단일 시즌에 ‘강호’ 맨유를 상대로 홈과 원정에서 모두 득점을 올린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지난 8일 선덜랜드와의 경기에서 시즌 4호 골을 넣은 이후 2주일 만에 득점포를 가동한 기성용은 한국 선수로 프리미어리그 한 시즌 최다 골 타이기록을 세웠다. 기성용이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앞서 박지성은 2006-2007 시즌과 2010-2011 시즌 두 차례 정규리그 경기에서 5골을 기록한 바 있다. 박지성은 2010-2011 시즌 정규리그 5골 3도움, 리그컵 2골 2도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도움까지 합쳐 8골 6도움을 거뒀다. 기성용이 남은 경기에서 4골을 추가할 경우 이 기록을 깰 수 있다.
영국 스포츠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는 기성용에게 양 팀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 8을 줬다. 특히 경기에서 최고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는 ‘맨 오브 더 매치’에도 선정됐다. 기성용은 팀 홈페이지를 통해 “오늘 스완지시티는 평소와 다른 전략을 들고 나왔고 나도 그 역할에 적응해야 했다”며 “볼이 올 때 필사적으로 골을 넣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한편 독일 분데스리가에선 손흥민(23·레버쿠젠)과 지동원(24·아우크스부르크)이 아우크스부르크의 SGL아레나에서 맞대결을 벌였다. 손흥민은 전반 도움과 다름없는 장면을 두 차례나 만들어 내고 후반 28분 교체됐다. 반면 지동원은 전반 45분 동안 슈팅을 기록하지 못한 뒤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아웃됐다. 두 팀은 2대 2로 비겼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기성용 리그 시즌 5호골... "지성 형 보고 있어요?"
입력 2015-02-22 1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