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금융그룹 펀드영업소장을 사칭해 투자자들로부터 거액을 받아 가로챈 50대 남성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김모(52)씨를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8년 2월 8일부터 2015년 1월 30일까지 피해자 2명으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모두 8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경기도 남양주 등에 사무실을 연 뒤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세워 피해자를 유인했다. 그는 “월 12% 수익을 내도록 해 주겠다” “사모펀드는 투자 후 10∼20년을 기다려야 10∼30배 수익이 발생하는데, 5∼6개월 뒤 만기 도래되는 상품에 편입해 투자금의 30%를 벌게 해 주겠다” 등 감언이설로 투자를 권했다. 병원장과 미스코리아 등 유명 인사가 자신을 통해 27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 거짓이었다. 김씨는 직접 제작한 명함과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은 투자약정서와 영수확인서 등을 이용해 모 금융그룹 펀드영업 소장을 사칭했다. 실제로는 펀드에 투자조차 하지 않았다. 경찰은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돈을 돌려막기식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지급해 의심을 피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부 피해자는 수년 동안 사기 당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모 지상파 프로그램 재연배우로 활동한 적도 있지만 인지도는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5년 전 한 대학교수와 결혼할 때도 펀드영업 소장을 사칭했던 것으로 보이고, 부인과는 현재 별거 중이다.
김씨는 경찰에서 남은 돈이 200만원뿐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씨가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돈을 어디에 썼는지 조사하는 한편 알려지지 않은 피해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추궁하고 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펀드영업소장 사칭하며 여자 교수와 결혼하고 8억여원 가로채
입력 2015-02-22 1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