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에게 부탁받았더라도 경찰관이 사건을 허술하게 처리했다면 정직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이승택)는 경찰관 박모씨가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정직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박씨는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던 2013년 1월 한 운전자로부터 “견인차 기사에게 폭행당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운전자는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낸 사람이었다. 견인차 기사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보험 처리를 해주겠다며 돈을 요구했다. 그는 운전자가 거절하자 폭행했다. 피해자는 견인차 기사가 협박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과 상해진단서를 등기로 경찰에 보냈다.
그러나 피해자는 이후 말을 바꿔 “수사기록에서 녹취록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박씨는 이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면서 해당 자료를 첨부하지 않았다.
검찰은 공용서류은닉죄로 보고 박씨를 기소했다. 지난해 1월 벌금 500만원의 확정 판결이 나왔고, 경찰은 이를 근거로 박씨에게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다. 박씨는 “피해자 요청이 있었고 업무 미숙에 의한 오판으로 자료를 첨부하지 않았다”며 징계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의 부탁이 있더라도 (경찰은) 서류를 수사기록에 전부 포함해 검찰에 넘긴 뒤 담당 검사가 기소나 불기소를 결정하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씨의 행위는 검사의 기소권 행사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형사사법체계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 저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징계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사건 '대충' 처리한 경찰 정직 정당
입력 2015-02-21 1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