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설 최고 인기프로, 한·일 개그 모방 등으로 구설

입력 2015-02-20 17:52
중국의 설맞이 최고 인기프로그램인 ‘춘제롄환완후이(春節聯歡晩會·춘완)’가 립싱크와 표절 의혹 등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중앙(CC)TV가 춘제(春節·중국의 설) 전날 밤 방영하는 ‘춘완’은 수억 명의 중국인이 시청하는 인기 프로그램이어서 방송 후 갖가지 지적과 비판이 나오는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올해는 외국 프로그램 표절 의혹에 탁구를 비하하는 실수까지 더해져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고 중국 신문신보(新聞晨報)가 2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명 희극인인 펑궁(馮鞏)의 ‘작은 솜저고리’라는 제목의 단막극이 일본의 개그콤비 ‘안잣슈(UNJASH)’의 프로그램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신문은 두 프로그램이 소재와 구성 측면에서 상당한 유사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춘완은 과거에도 안잣슈의 프로그램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는 코너가 등장한 적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올해 춘완에서는 한국 개그 프로그램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는 코너도 등장했다.

여성 코미디언 2명이 함께 연기한 ‘희락가(喜樂街)’란 제목의 단막극이 한국 SBS 개그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극과 극’이란 코너를 표절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것이다.

중국 법제만보(法制晩報)는 “대사를 한국어에서 중국어로 번역했을 뿐만 아니라 코너의 주제와 출연진의 동작, 배경음악이 매우 비슷했다"면서 중국 누리꾼들은 베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춘완은 또 중국의 대표적 스포츠 종목인 탁구도 비하해 비판을 부채질했다. 코미디언 선텅(沈騰)은 ‘남의 비위를 맞추다’란 제목의 단막극 대사에서 성매매와 도박을 거부한다는 말에 이어 탁구를 거부한다고 밝힘으로써 탁구인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전직 탁구선수이자 코치로 활동 중인 탕위안위안(湯媛媛)은 웨이보(微博, 중국판 트위터)에 “탁구는 중국의 국기로 우리의 노력과 땀이 풍자의 소재가 돼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의 탁구에 대한 집념과 정신을 모욕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왕하오(王皓)와 마룽(馬龍) 등 유명 탁구선수들도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선텅은 곧바로 웨이보를 통해 사과하면서 발음을 잘못했다고 해명했다.

출연진들의 립싱크를 둘러싼 의혹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제기됐다. 중국 언론은 10년 만에 춘완에 출연한 중화권 스타인 류더화(劉德華) 및 모원웨이(莫文蔚) 등 일부 출연진이 실제 노래를 한 것으로 인정받았지만 상당수 유명 가수들이 립싱크를 했다는 의혹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춘완은 노래와 춤, 단막극, 코미디, 서커스 등 총 36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으며 27년 만에 처음으로 부패 문제를 소재로 한 만담이 등장했다.

올해 춘완의 경우 TV와 인터넷을 합친 전체 시청률은 30%를 넘나들던 예년에 비해 다소 떨어진 29.6%였지만 시청자수는 6억 9000만 명에 달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