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이 가득한 긴 여정의 감정과 시심을 화면에 옮겨내는 백미옥 작가의 개인전 ‘실감의 연접’이 2월 17일부터 3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키미아트(평창30길 47)에서 열린다.
5년 만에 선보이는 11번째 개인전으로 끝없는 전진으로 영구적인 미완성과 새로운 시작점이 존재하는 불시(不時)의 작품을 내놓았다. 셀 수 없을 정도의 중첩된 시간만큼이나 감정의 깊이는 가늠하기 어렵다. 작가와 함께 동행하는 색채의 서술은 진정한 존재의 실존을 찾아나서는 붓질과 같다.
형상이 해체되기 시작하는 2000년도 이후의 미발표 작품과 ‘능혜(菱蕙)’ 시리즈 이후의 신작들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설렘과 고요함, 감정의 욕망이 꿈틀거리는 것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요즘 한국 화단에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단색화 바람을 이끌고 있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색채를 주된 언어로 이용해 화폭 위에 형상을 해체하고 작가로서의 정체를 그 위에 해소하여 물리적, 정신적으로 밀착하는 채색 작업을 해왔다. 하나의 색채로 보여지는 작품들은 춤추는 듯한 수많은 붓질과 끊임없는 탐구의 과정을 거친 고독한 인내의 결과물들이다.
이를 통해 드러나는 표면의 마티에르는 풍부하지만 결코 드러내지 않는 겸손의 미학을 경험하게 한다. 작품 내면에 끊임없는 작가적 신념과 투영, 단절되고 대립 없는 깊은 심연의 영역 속으로의 침윤과 공기의 층, 빛의 음영, 조화를 이루는 시적인 수를 놓는 실존을 확인하는 과정을 관객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는 “한 송이 장미에서 천국을 보고 한 톨의 모래알에서 우주를 본다”고 말했다. 우리들 감정의 시선은 무수한 변화를 일으키면서 삶을 촉진시킨다. 감정의 시선은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내는 가능성을 전제하고, 예술은 그것을 실현하는 행위로서 존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백미옥 작가의 작업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 도시인에게 삶의 여유를 제시하며 의미있게 다가온다(02-394 6411·www.kimiart.net).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심연이 가득한 긴 여정의 감정과 시심 백미옥 작가 개인전 ‘실감의 연접‘ 키미아트 3월 20일까지
입력 2015-02-20 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