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께서 설 선물을 원한다굽쇼?… “여기가 갑질 공화국이니?”

입력 2015-02-20 06:10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

“전셋값을 올릴 땐 그렇게 매정하면서 설 선물을 받을 땐 정을 따져?”

설 선물을 건네지 않은 세입자에게 서운한 마음을 드러낸 어느 집주인의 넋두리가 공분을 일으켰다. 전세대란 속에서 삶의 터전을 고민하는 세입자들의 곪았던 분노가 터진 모양새다. 연이어 불거진 ‘갑질 논란’과 비교하며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깊이 뿌리박힌 갑질을 보여준 사례”라는 지적이 나왔다.

20일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에는 ‘우리나라 일부 집주인들의 마인드’라는 제목으로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을 촬영한 사진이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으로 이어졌다. 게시물은 주택이나 상업용 건물을 소유한 네티즌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네티즌은 명절 선물용으로 포장된 과일상자 사진을 올리면서 “세입자들이 줬다. 1년 동안 감사하다는 의미의 선물인 듯 하다. 이런 것도 모르고 입을 씻고 있는 사람들도 있더라. 맛의 문제가 아니다. 비싸거나 좋은 것이 아니라도 성의의 문제인 것 같다”고 적었다.

게시물의 내용으로 볼 때 이 네티즌은 세입자들로부터 관행처럼 선물을 요구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게시물 속에서 은근하게 드러난 집주인의 고압적인 자세였다. 선물을 건네지 않은 세입자를 ‘감사의 의미도 모르고 입을 씻고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점이 네티즌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게시물은 지난 16일 한 유명 커뮤니티사이트에 소개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네티즌들은 “집주인이 봉건적 사고를 가진 듯 하다. 스스로를 지주라고 생각하면서 세입자를 소작농이라고 생각하는 집주인들의 보편적 사고방식을 보여준 사례다” “집주인에게 세입자는 고객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면 집주인이 1년 동안 이익을 준 세입자들에게 설 선물을 해야 마땅하다” “돈을 주고 입주했는데 눈치까지 봐야 하는가” “우리 집주인도 은근하게 설 선물을 기대하고 있지 않았을까 걱정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2013년 4월 포스코에너지의 ‘라면 왕상무’ 사건, 같은 해 5월 남양유업의 ‘대리점 밀어내기’ 사건, 지난해 11월 서울 압구정동 아파트 경비원 분신 사건, 같은 해 12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등 연이은 ‘갑질 논란’과 비교하는 의견도 많았다.

한 네티즌은 “조현아를 보면서 혀를 끌끌 차고 돌아서면 경비원 아저씨, 청소부 아줌마, 세입자 부부처럼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에겐 온갖 갑질을 한다.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고압적 사고가 뿌리박힌 갑질 공화국”이라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