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X먹인 X놈아, 돈 많이 벌었어?”… 미성년자 프락치로 화난 호프집 사장의 출혈경쟁 선전포고

입력 2015-02-17 15:55 수정 2015-02-17 16:34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

미성년자 출입으로 인한 영업정지를 경쟁 가게의 견제로 판단한 호프집 사장의 선전포고가 화제다. 네티즌들은 업주간 경쟁의 수혜가 손님에게 돌아간다며 환영했지만 한편으로는 생존 경쟁의 냉혹한 현실을 실감한 듯 씁쓸하게 입맛을 다셨다.

17일 SNS에서는 ‘앞 가게의 견제에 화난 사장’이라는 제목으로 한 호프집 매장 외벽에 크게 걸린 플래카드를 촬영한 사진이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으로 이어졌다. 사진 속 호프집은 미성년자 출입이 적발돼 관할 지방자치단체로부터 10일간 영업정지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호프집 사장은 자신을 속이고 들어온 미성년자를 경쟁 가게 사장의 프락치라고 판단했다.

플래카드에는 “어이! 우리 집에 미성년자 투입해 날 X먹인 이 X놈아. 10일간 돈 좀 많이 벌었어? 부디 많이 벌었길 바란다. 내가 10개월간 힘들게 해줄게”라고 적혀 있다. 호프집 사장은 화가 풀리지 않은 듯 “내가 저 X아이를 잘못 건드렸구나 하는 생각을 네 척추에 써줄게”라고 플래카드 하단에 덧붙였다. 뼛속 깊이 후회하게 해주겠다는 엄포다.

플래카드에는 어딘가 방향을 가리키는 손가락도 그려져 있다. 미성년자 프락치를 보낸 경쟁 가게를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호프집 사장이 선전포고를 하면서 꺼낸 카드는 가격 할인이었다. 플래카드에는 소주를 2500원으로, 병맥주를 2600원으로, 생맥주 2000㏄를 8000원으로, 생맥주 3000㏄를 1만2000원으로 각각 할인한 가격이 적혀 있다. 식당이나 주점의 보편적인 가격보다 500~1000원 안팎으로 저렴한 금액이다. 상권의 업주들끼리 합의한 가격을 무시하고 10개월간 ‘출혈 경쟁’을 하겠다는 선포다.

대부분 소비자의 입장에 있는 네티즌들은 박수를 쳤다. 업주끼리 가격을 내리면서 경쟁하면 소비자의 입장에선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게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SNS에는 “술을 적게 마시는 사람이면 체감하기 어렵겠지만 많이 마시는 입장에선 상당히 저렴하다” “호프집 사장끼리 싸움을 벌이면 손님에겐 어쨌든 이득이다” “상황은 씁쓸하지만 어쨌든 손님의 입장에서 박수를 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애매하게 저렴하다. 더 내려야 한다” “서로 경쟁을 계속하라”고 부추기는 의견도 있었다.

생존 경쟁의 냉혹한 현실을 실감한 듯 쓴웃음을 지은 네티즌도 많았다. 한 네티즌은 “플래카드의 주장처럼 경쟁 가게에서 미성년자를 몰래 보내 영업정지를 유도하거나 할인 경쟁으로 되받는 업주끼리의 다툼을 보니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겠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