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의 두 슈퍼스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4·파리 생제르맹)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0·레알 마드리드). 둘은 다른 듯 닮았다. 스웨덴 출신의 이브라히모비치는 몸에 문신이 가득하다. 반면 포르투갈 태생 호날두는 문신이 전혀 없다. 그런데 이브라히모비치가 문신을 새기는 이유와 호날두가 문신을 하지 않는 이유는 같다.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기 위한 것이다.
이브라히모비치는 지난 15일(한국시간) 캉과의 프랑스 프로축구 리게앙 홈경기에서 전반 2분 골을 터뜨린 뒤 세리머니로 유니폼 상의를 벗었다. 상체엔 그동안 보지 못했던 문신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시아타, 카르맨, 라흐마, 안트완, 리다, 체우이…. 팬들은 왜 그가 여러 문화권의 이름을 자신의 몸에 새겼는지 의아해했다.
궁금증은 하루 만에 풀렸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이브라히모비치의 세리머니를 담은 동영상을 16일 배포했다. 그는 동영상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어딜 가나 사람들은 저를 알아보고 제 이름을 부릅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이름도 있습니다. 오늘도 굶주리는 8억500만 명을 응원하는 이는 없습니다. 지금부터 저를 향한 응원을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리려고 합니다.” 그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이름을 몸에 새긴 것이다. 이브라히모비치는 1981년 ‘스웨덴의 게토’라고 불린 로센고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보스니아, 어머니는 크로아티아 출신이었다. 어린 시절 그의 가정은 가난했고 형제들은 어린 나이에 독립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아였던 그는 축구를 하면서 거듭났다.
호날두는 85년 포르투갈의 작은 섬인 마데이라에서 태어났다. 그 역시 가난했다.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에 시달려 어머니가 청소부로 일하며 생계를 책임졌다. 형은 마약 중독자였다. 이런 환경을 극복하고 축구선수의 꿈을 이룬 호날두는 자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기 위해 문신도 안 한다. 문신을 하면 1년 정도 헌혈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호날두는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을 돕는 데 관심이 많다. 국제 아동 구호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전 세계 아이들이 굶주리지 않도록 자라는 게 그의 꿈이다. 2012년 소말리아 어린이들을 위해 3000만 달러(330억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공익 광고엔 출연료를 받지 않는다. 불치병 진단을 받은 아이의 치료비를 전액 지원한 적도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타임아웃] 즐라탄-호날두, 문신을 하든 안 하든 똑같은 이웃사랑
입력 2015-02-17 1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