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고 예쁜 연약한 여자들은 가라! 극장가엔 당당한 여성시대가 온다!

입력 2015-02-19 06:00
고고 사진=미국 BOX OFFICE Mojo 캡쳐
허니 레몬 사진=미국 BOX OFFICE Mojo 캡쳐
록시 사진=네이버 캡쳐
가젤 사진=네이버 캡쳐
‘민족의 대 명절’인 5일간의 긴 설 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누군가에겐 꿀맛 같은 휴가이고, 누군가에겐 가족들과 재회하는 따뜻한 시간이지요. 하지만 누군가에겐 ‘명절 증후군’을 불러오는 스트레스가 쌓이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특히 평소 사회생활에서도, 가정생활에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여성들은 명절에도 두 손을 놓기가 힘든데요. 그러다보니 현대 여성으로서 진취적인 자아실현을 이룬 당당한 모습은 꿈만 같고, 답답한 속을 풀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 극장가에는 그런 여자들의 애환을 알기라도 한 듯이 예쁘면서 하얗고 얌전하기만 했던 과거의 여성상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인종의 자기만의 개성을 갖춘 주체적인 현대 여성들이 활약하는 영화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영화 두 편을 보시면서 명절 스트레스를 풀어보는 건 어떨까요.

우선 할리우드 영화에서 주체적인 여성을 얼마나 제대로 표현했는지 판단할 수 있는 ‘벡델 테스트’라는 기준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벡델 테스트란 엘리스 벡델이란 미국의 여성 만화가가 고안한 것으로 이 테스트엔 세 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첫째, 영화 속의 여성 캐릭터가 최소 2명 이상 나오는가. 둘째, 그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가. 셋째, 여성이 남자 외에 다른 주제의 얘기를 하는가. 심지어 할리우드에서조차도 이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인데요. 다행이도 이번에 소개해드릴 영화들은 벡델 테스트의 기준을 충분히 만족시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소개할 작품은 최근에 최초의 라틴계 공주인 ‘엘레나’를 주인공으로 한 새로운 TV 시리즈를 론칭하겠다고 해서 화제를 모은 디즈니의 54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인 ‘빅 히어로’입니다. 이미 2014년에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겨울왕국’으로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던 디즈니는 빅 히어로에선 겨울왕국과는 또 다른 주체적인 여성 영웅들의 활약을 그리고 있습니다. 비록 영화의 초점은 14세 천재 소년 히로와 로봇인 베이맥스의 교감에 맞춰져있지만 이 영화엔 고고와 허니 레몬이라는 매력적인 여자 조연들이 등장해 개성 넘치는 활약을 보여줍니다. 고고는 터프한 스피드광 기계공학과 학생으로 허니 레몬은 엉뚱한 화학과 여대생으로 등장해 영화에 색다른 재미를 더해주는데요. 특히 이중에 고고는 디즈니에서 캐릭터 리드 디자이너로 일하는 재미 교포 김시윤씨가 디자인한 디즈니 최초의 한국인 캐릭터로 우리에게 더욱 친근감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킥 애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등으로 감각적인 연출을 인정받은 매튜 본 감독의 신작 ‘킹스맨: 더 시크릿 에이전트’에서는 ‘록시’와 ‘가젤’이라는 두 여성 캐릭터가 뭇 남성들을 능가하는 화려한 액션을 보여줘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먼저 ‘록시’는 이 작품으로 데뷔한 여배우 소피 쿡슨이 연기했는데 주인공 ‘에그시’와 같은 비밀 요원으로서 여타 스파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자 캐릭터들과는 달리 남주인공에게 의존하지 않고 능숙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유명 댄서 출신인 여배우 소피아 부텔라가 연기한 ‘가젤’은 작중 최강의 악당인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 분)’의 보디가드로서 칼끝으로 이뤄진 두 다리를 이용해 뭇 남성들을 능가하는 무술 실력을 뽐내며 시원스런 액션을 보여줍니다. 이들 모두 007 시리즈의 본드걸과는 달리 섹스어필을 전혀 하지 않고 자신만의 개성을 갖춘 채 활약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란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설 연휴 기간에는 이처럼 다양한 여성 영웅들의 활약을 스크린으로 지켜보며 막힌 속을 뚫어버리고 영웅이 된 자기 자신을 꿈꿔보지 않으시겠어요?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