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17일 인적 쇄신은 결국 ‘반쪽’에 그쳤다. 박 대통령이 일부 개각을 단행했지만, 정작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는 또다시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단행된 일부 장관 교체는 이완구 국무총리 체제 출범과 함께 내각 역시 이를 조속히 뒷받침하기 위한 차원이다. 그러나 인적 쇄신 여부를 판가름 지을 수 있는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는 미뤄짐에 따라 ‘빛바랜 개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친박 정치인 카드’로 정국 돌파=박 대통령은 이번 개각에서도 친박(친박근혜)계 현역 의원 2명을 다시 한 번 내각에 포진시킴으로써 주요 국정과제 추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5년 임기 반환점을 도는 집권 3년차에 친정체제를 강화해 사회 각 분야 구조개혁을 강도 높게 밀어붙이겠다는 의미다. 이완구 총리-최경환 경제부총리-황우여 사회부총리의 ‘내각 트로이카’를 완성하고 이런 체제를 뒷받침할 내각 역시 정치인으로 채운 것이 이를 보여준다. 통일부 장관을 교체한 것은 답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찾아보자는 박 대통령의 고심이 반영됐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계속 정치권에서 수혈된 내각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다시 허물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장관을 겸하는 의원들이 다음 총선에 다시 출마할 경우 내년 1월 장관직을 줄줄이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보류된 비서실장 교체, 피로감만 누적=국정운영의 쇄신의 상징적 의미가 있는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는 결국 다시 미뤄졌다. 박 대통령으로선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를 통해 이런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국정운영 동력 회복의 계기도 마련할 기회였다. 그러나 결국 설 연휴 이후로 미루면서 쇄신의 의미도 반감될 수밖에 없게 됐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집권 3년차를 맞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그대로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김 실장은 업무추진력과 조직장악력에선 탁월하다는 대내외적 평가를 받아왔지만, 청와대 내에 지나친 보안주의와 상명하복의 조직문화를 심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받아왔다. 그런 만큼 김기춘 비서실장 후임에 대한 여론의 관심 또한 클 수밖에 없었다. 결국 비서실장 교체로 박 대통령의 쇄신 의지를 파악할 수 있었지만, 다시 보류되면서 개각 역시 어색한 모양새가 돼버렸다.
여권 관계자는 “인적 쇄신 차원으로 보자면 인사는 한꺼번에 이뤄지는 게 당연한데 계속 시간을 끌면서 찔끔찔끔 하는 모양새”라며 “이는 국민에게 신선한 충격도 주지 못하고 피로감만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개각과 청와대 인사가 동시에 이뤄지지 않고, 계속 순차적으로 소폭 이어지면서 불필요한 논란만 양산한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 고심 계속하나=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은 앞으로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 소통 활성화 차원의 행보는 올들어 계속 보이고 있지만 여론을 가감 없이 수렴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통치행위에 반영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장관 후보가 됐든 청와대 핵심인사들이 됐든, 정부가 인사 풀을 통해 후보군을 미리 검증하고 어느 정도 대비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런 시스템이 여전히 갖춰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결국 이는 박근혜정부의 한계라는 시각도 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이완구 체제 뒤받침...비서실장 교체 또 보류. 빛바랜 쇄신의지?
입력 2015-02-17 1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