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구하고 기절한 복부대동맥파열 버스기사 응급수술 후 건강회복 화제

입력 2015-02-17 13:28
운행 중 복부 대동맥류가 파열되었지만 기지와 혼신의 힘으로 승객들을 안전하게 안내하고 응급실로 실려간 관광버스 기사 이희남(왼쪽)가 자신을 하이브리드 수술로 건강을 회복시켜준 서울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김장용 교수(오른쪽)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운행 중 갑자기 길 한복판에서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고 눈앞이 캄캄해졌지만 승객들 안전이 최우선이었습니다.”

광버스 경력 10년 차의 한 운전기사가 운전 중 복부대동맥이 파열돼 몸을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에서도 기지를 발휘해 승객들을 모두 구조한뒤 자신의 안전을 도모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관광버스 업체 P사 소속 운전기사 이희남(60) 씨다.

지난 1월31일 밤, 이씨는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마친 일본의 한 음악단원들을 숙소인 서울팔레스호텔까지 데려다주는 일을 맡고 있었다.

출발 시 몸에 별 이상이 없던 이씨는 2호선 지하철 서초역 사거리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배가 무엇인가에 세게 맞은 듯 극심한 통증과 함께 눈앞이 캄캄해지는 증상을 느꼈다.

이씨는 더 이상의 버스 운행은 무리일 것으로 판단해 신호대기 중 즉시 비상등 깜빡이를 켜고 승객들에게 자신의 몸 상태를 설명하고 한 명씩 안전하게 인도로 내리게 했다.

그 뒤 이씨는 정신을 잃고 기절했다. 그의 의식은 그로부터 3일이 지난 2월3일 다시 돌아왔다. 바로 인근의 서울성모병원 5층 중환자실에서다.

정신을 잃은 이씨를 경찰이 서울성모병원 응급실로 후송한 것이다. 이씨가 기절한 이유는 응급 CT검사 결과 복부대동맥류가 파열됐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동맥은 우리 몸의 중심을 지나는 동맥으로 직경 1.5~2㎝의 굵은 혈관으로 이루어져있으며 많은 양의 혈액을 펌프질해서 몸 구석구석에 전달한다. 횡격막을 기준으로 하행에 위치한 것을 복부대동맥이라 부르는데, 이 혈관이 정상 직경의 1.5배 이상 늘어나 꽈리처럼 부풀어오르는 경우를 동맥류라고 한다.

이 동맥류가 파열될 경우 마치 댐이 무너지듯이 순식간에 다량의 출혈로 인해 사망할 위험이 높아서 응급 지혈 및 혈관봉합 수술이 필요하다. 참고로 복부태동맥류 파열 환자 중 80~90%가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망하는 이유다.

다행히 이씨는 응급실에서 복부대동맥류 파열 진단과 동시에 바로 서울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김장용 교수팀의 수술을 받을 수 있었고, 그 결과 귀한 생명도 구할 수 있었다.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인 이씨는 1주일간의 중환자실 집중 치료를 끝내고 지난 8일, 일반병실로 전실됐다가 건강을 완전히 회복, 13일 퇴원했다.

주치의 김 교수는 “대동맥류 파열 증상이 나면 본인의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통증은 물론 높은 사망률을 기록하는 무서운 질환인데 고통스러운 본인보다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진 이씨의 사명감에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