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학생들 “우크라 사태 개입은 수치” 참회 동영상 화제

입력 2015-02-17 01:14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대학생들이 유튜브 영상을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찬반 논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대학생들이 자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을 강하게 비판하는 동영상을 게재해 화제가 되고 있다.

모스크바와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여러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지난 12일(현지시간) 게재한 ‘진실의 편에 서지 않은 것은 수치스럽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에서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취하고 있는 대외 정책을 비판하며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이들은 동영상에서 “많은 러시아인이 참여하고 있는 선전포고 없는 이 범죄적 전쟁을 수치스럽게 생각한다”며 “러시아가 스스로 존중하기로 약속한 우크라이나의 영토적 통합성을 훼손하고 크림을 병합한 것에 대해서도 수치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 기자 살해 가담 혐의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체포돼 현재 모스크바 구치소에 억류 중인 우크라이나 여성 공군 조종사 나데즈다 사브첸코를 염두에 둔 듯 “우크라이나인들이 불법적으로 러시아 감옥에 갇혀 있는 것도 수치스럽다. "우리를 용서해 달라”고 덧붙였다.

대학생들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교전과 크림 병합으로 러시아 사회는 더욱 공격적이 됐고 우크라이나인에 대한 관계가 몇 배나 악화됐다”고 지적하면서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을 향한) 증오심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은 증오를 증오로 갚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동영상 제작에 참여한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 통신대 학생 알렉산드르 쿡쉬노프는 “영상을 찍은 목적이 러시아에도 언론 선전전의 엄청난 영향에 휩쓸리지 않고 현 상황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동영상은 지난 1월 말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대학생들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에 대한 답 가운데 하나다. 당시 우크라이나 대학생들은 러시아 정부가 통제하는 관영언론에 비친 우크라이나의 모습은 사실이 아니라며 이를 믿지 말라고 호소했다. 또 유럽화를 지지하는 시위대는 러시아 언론이 묘사하는 것처럼 미국 등 서방의 사주를 받은 신나치주의자나 국수주의자가 아니며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前) 정권의 부정부패와 유럽통합 거부, 언론 검열, 경찰의 전횡 등에 맞서 일어난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