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일본이 제국주의 시대에 일으킨 문제를 청산하지 못해 주변국의 원한을 사고 있다며 “어떻게든 해결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또 “일본은 헌법을 수호해야 한다”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 관해서는 우려를 표명했다.
16일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미야자키 감독은 “제국주의 시대에 일본은 지배되지 않도록 노력한 결과 자신들이 제국주의를 흉내 냈다”며 “결과적으로 300만 명의 사망자를 낸 전쟁을 했고, 원폭이 두 번이나 떨어지는 일을 당했다. 주변국의 원한은 없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TBS 라디오에서 방송된 인터뷰에서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으로 이 같은 역사문제를 꼽은 뒤 “법적으로 해결해도 감정이 풀리지 않고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떻게든 해야 한다”며 민족과 종교가 얽히고설킨 중동 일대의 복잡한 상황에 비하면 일본의 역사 문제와 나아갈 방향은 (상대적으로) 알기 쉽다고 평가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국제 정세와 일본의 미래에 대해서도 “세계적 무질서는 이제부터 더욱 많아질 것이다. 나는 그런 때에 아베 총리가 말하는 것이 너무 단순하다는 우려를 지니고 있다”며 “조금 더 마음속에 복잡한 것은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이어 “그럴 때 평화헌법이 도움이 된다. 헌법을 지켜야 한다. 조금 저쪽으로 가고 싶어도 가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미야자키 감독의 발언은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이 식민지 정책을 추진하고 침략전쟁을 일으켜 자국민과 이웃 국가들에 큰 고통을 준 과거의 아픔에서 발전적으로 나아가고 있지 못한 상황에 대한 우려로 해석된다. 또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이 법적으로 완전히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에 여전히 감정이 청산되지 않은 주변국·피해자들이 분노하고 상처받는 현실을 상기시키고 있다.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과 관련해서는 “성질이 다른 문명에서 숭배하는 것을 캐리커처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잘못이다”라고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했다. 그는 풍자화가 “우선 자국의 정치가를 다뤄야 하고, 타국의 정치가를 다루는 것은 수상하게 여겨질 뿐”이라며 다른 문화권이 숭배하는 것을 풍자화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그만두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일본은 주변국 원한을 사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비판
입력 2015-02-17 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