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 “한일 통화스와프 종료, 경제적 관점서 판단”

입력 2015-02-16 23:12
일본 정부는 16일 한국과 일본이 2001년부터 이어온 통화스와프(교환) 계약을 이달 23일 종결하기로 한 것이 경제·금융 차원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경색국면 속에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한일관계에 의한 자존심 싸움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관방 부(副)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일본이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100억 달러 규모의 양자 간 통화스와프를 연장하지 않기로 한데 대해 “어디까지나 경제적, 금융적 관점에 따라 양국 당국이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코 부장관은 통화 스와프를 연장하지 않기로 한데 외교적인 고려 등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같은 답변을 반복한 뒤 이번 결정이 양국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 정부의 요청이 없으면 스와프를 연장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었느냐’는 질문에도 양국 정부의 합의에 의한 결정임을 재차 강조했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설명에도 한국과 일본의 정치적 관계 악화나 자존심 싸움이 통화스와프 중단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통화스와프에 관해 “일본이 애초에 자국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식으로 일종의 ‘생색내기’의 관점을 취하고 있었다”며 양국 관계가 악화된 것을 고려해 호혜적 조치를 철회한다는 차원에서 판단했을 것으로 봤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앞서 2013년 7월 3일 자로 30억 달러의 통화스와프 계약이 종료하기 며칠 전에 “재무관료는 가능하면 원만하게 해결하려 했지만 상대(한국) 쪽에서 요청이 없으면 우리는 정치적으로 판단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본 언론도 이번 결정이 단순히 경제·금융 상황만을 고려한 판단은 아닐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교도통신과 마이니치신문 등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독도를 둘러싼 갈등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한 것이 통화 스와프 중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만기와 함께 중단되는 스와프는 원-달러, 엔-달러 방식의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에 따른 양자 간 통화 스와프로, 양국이 위기 상황에서 상대국 통화를 100억 달러까지 바꿔 주도록 한 계약이다. 이에 따라 한일간의 양자 스와프는 완전히 끝난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