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집트인 콥트교도 21명을 참수했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국제사회에 잔혹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주로 IS 공습에 참여한 국가의 언론인이나 구호 활동가를 참수하는 식의 ‘보복’을 실행에 옮겨왔던 IS가 종교적 이유로 인질을 집단참수하는 동영상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의 IS 대(對) 반(反)IS 전선이라는 구도를 이슬람교 대 기독교 간의 갈등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실제 IS는 15일(현지시간) 콥트교도를 살해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기독교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무슬림 여성들이 콥트교도들로부터 박해를 받았기 때문에 복수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이집트 기독교 종파인 콥트교회는 “조국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응징해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IS는 앞서 지난 12일 배포한 영문 홍보잡지 ‘다비크’에서도 “무슬림 여성이 콥트교도에 박해받는 데 대한 복수를 하려고 이라크 바그다드 가톨릭 성당에서 성스러운 인질극을 벌인지 5년 뒤인 이번 달에 콥트교도들을 생포했다”고 주장했다. IS는 “이집트 콥트교로부터 박해를 받은 여성들을 카밀리아 셰하타 자키르, 와파 콘스탄틴”이라고 소개하면서 “예전엔 이집트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콥트교도를 잡는 게 어려웠지만 지금은 IS의 세력이 세계적이기 때문에 이들을 잡기 쉽다”고 과시했다.
아랍 세계에서 가장 큰 기독교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콥트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神性)을 중시하는 교리를 따르며 이집트에서 민족 종교의 형태로 발전해왔다. 비잔틴제국과 오스만 투르크 제국으로부터 핍박을 받은 ‘순교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시절 박해를 받으면서 많은 콥트교도들이 주변국으로 건너가기도 했다. 현재 콥트교도는 850만명으로 이집트 인구의 1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납치됐던 콥트교도들은 지난해 말 리비아 동부 해안가 마을에서 잡힌 사람들로 모두 이집트 북부의 가난한 지역에서 건너간 노동자들”이라고 설명했다.
동영상에 등장한 괴한들은 “우리는 알라의 허가에 따라 로마를 정복할 것”이라고 밝혀 앞으로 기독교에 대한 공격을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참수 장소인 리비아의 북부 해안은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이탈리아 남부와 마주보고 있다. 이탈리아는 최근 리비아의 IS 세력에 맞설 다국적군을 선도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IS가 기독교와 이슬람이 혼재된 반(反)IS 진영 내부의 종교 갈등을 의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방 국가들은 IS의 콥트교도 참수를 규탄하고 나섰다. 조시 어니스트 미 백악관 대변인은 “IS의 잔인함은 한이 없다. 신앙도, 종파도, 민족도 없다”면서 “이런 잔혹함이 IS에 대적하는 세계 공동체를 더욱 굳건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이번 야만 행위는 프랑스와 동맹국들의 결의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콥트교란?
1세기 중엽 예수의 제자인 마가의 선교로부터 시작한 기독교의 분파로 3세기 후반까지 이집트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를 중심으로 교세를 확장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神性)과 인성(人性) 중 신성을 인정하는 단성설 교리를 따르면서 로마교회와 분리됐다. 현재 알렉산드리아 교황이 수장을 맡고 있으며 이집트를 중심으로 에티오피아, 시리아 등에 신자들이 많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IS와 콥트교 반목 왜? 잔혹성은 어디까지?… 요르단 이어 이집트도 ‘IS와의 전쟁’ 선포
입력 2015-02-16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