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초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가결됐습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16일 오후 3시48분 의사봉을 두드리자 국회 본회의장 한쪽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안도와 기쁨의 한숨을 쉬고 서로 악수를 나눴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애써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정의당은 본회의를 거부하며 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았다. 박근혜정부 2대 총리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되는 순간이다.
국회는 온 종일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했다. 여야는 오전부터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며 시나리오별 가상표 대결 결과를 셈하느라 고심했다. 의원 총동원령이 내려졌고 수시로 회의가 거듭됐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상황을 지켜보며 수차례 통화로 비공식 협상에 나섰다.
새누리당의 최대 관심은 ‘야당이 표결에 참석하느냐, 몇 명이 참석하느냐’였다. 어떤 상황이든 당 소속 의원들의 당력이 집중돼야 했다. 지도부는 오전 일찍부터 표 단속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고 반대 의사를 밝힌 의원들 설득에 나섰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오전 11시 의원총회 때 직접 단상에 올라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통과 필요성을 호소했다고 한다.
정 의장이 “사나이 일언중천금(남자는 약속한 한마디 말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이라며 “예정된 대로 오후 2시 정각이나 늦어도 2시30분까지는 본회의를 열어 표결을 진행할 것”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자 여당 내부에선 일단 안심하는 분위기가 전해졌다.
본회의가 예정됐던 오후 2시 여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들어와 자리를 지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등 국무위원까지 투표를 위해 등원했다.
새정치연합은 최고위원회의, 원내지도부회의, 의원총회를 연달아 열며 막판까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오후 1시 의총에선 16명이 자유토론에 나서며 난상 토론을 벌였다. 의총은 예정시간을 훌쩍 뛰어 넘어 오후 2시40여분에서야 끝났다. 야당은 인준 반대에 대한 상당 부분의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반대를 표하는 방식을 놓고 막판까지 의견이 엇갈렸다고 한다. 격론 끝에 야당은 의회주의 원칙에 따라 본회의에 참석해 당론이 아닌 자유투표를 하기로 결정했다.
새정치연합 의총이 진행되는 동안 정의당은 불참을 결정했다. 이 후보자 인준을 반대했던 정의당의 보이콧으로 5표가 허공으로 날아가자 야당의 ‘반대표’ 전략이 흔들리게 됐다. 총 제적인원아 281명으로 줄어 찬성표가 141표만 나와도 인준이 통과되기 때문에 ‘이탈표’ 걱정을 덜었기 때문이다.
정 의장이 오후 2시50분쯤 본회의를 개의하자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투표에 앞서 국회 인사청문특위 소속 여야 의원 4명이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마지막 기싸움을 벌였다. 새정치연합 홍종학 의원은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거짓말을 끊임없이 했다”며 “(인준 통과는) 국민께 큰 죄를 짓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이 후보자가 또 낙마하면 국민에게 너무 가혹하다”고 호소했고, 김도읍 의원은 “본회의에 참석한 야당 의원들의 통 큰 결정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오후 3시15분 시작된 투표는 30여분 만에 모두 끝났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국회 통과
입력 2015-02-16 15:49 수정 2015-02-16 1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