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간 충청민심, 동력잃은 새정치연합

입력 2015-02-16 15:27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 반대’ 입장이 명확했지만 16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는 의지를 관철시키지 못했다. 여당이 반란표를 단속하는 것보다 야당이 표결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게 더 힘들었다.

새정치연합이 표결참여를 놓고 막판까지 고민한 것은 일반 국민의 다수는 인준 반대를 지지했지만, 충청권은 달랐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새정치연합이 여론의 지지를 얻는 것처럼 보였지만 정작 충청 민심이 이탈하면서 인준 부결이나 자진 사퇴를 이끌어낼 동력을 잃었다. 총선·대선을 앞두고 결집력이 강한 충청 민심에 부담을 느낀 결과라는 분석이다.

새정치연합은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이 후보자에 대한 강한 비토(거부) 분위기가 형성됐다. 처음에는 ‘솜방망이 검증’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지만 언론외압 발언 파문과 부동산 투기 및 병역면제 의혹이 불거지면서 인준 불가로 바뀌었다.

일반 국민여론도 비슷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후보자가 총리로 적합하다는 의견은 29%, 부적합하다는 의견은 41%였다. 그러나 이 후보자의 고향인 충청권 여론이 달랐다. 한국갤럽의 같은 조사에서 적합은 33%, 부적합은 38%였다. 부적합 의견이 높기는 하지만 충청권은 ‘팔이 안으로 굽어진’ 모양새다.

리얼미터의 조사에서는 일반 국민과 충청 민심의 부조화가 더 명확하다. 리얼미터가 지난 11~13일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 전체로 볼 때 인준 찬성은 38.7%, 반대는 51.9%였다. 하지만 충청권 조사에서는 찬성 54.8%, 반대 39.3%로 결과가 뒤집혔다.

특히 충청 민심은 리얼미터의 11일 조사까지만 해도 찬성(33.2%), 반대(57.4%)로 일반적인 흐름을 보였으나 12일부터는 찬성(66.1%), 반대(31.2%)로 역전됐다. 11일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으로 나온 강희철 충청향우회 명예회장이 호남과 충청의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을 했고, 야당이 충청 총리를 반대한다는 논리가 지역에서 퍼진 결과로 해석된다.

‘호남 총리발언’으로 충청 민심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이 충청 향후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말싸움을 한 것은 패착이 됐다. 주말 내내 충청 지역에서는 ‘총선 대선 때 두고 보자’는 식의 현수막이 대대적으로 내걸렸다. 충청권은 총선·대선에서 늘 캐스팅 보트역할을 했다. 18대 대선에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총 득표율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3.6%포인트 졌으나 충청권에서는 9.3%포인트 밀렸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