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일본 사이타마(埼玉)현 도코로자와(所澤)시에서 치러진 이색 주민투표가 관심을 끌었다.
항공자위대 기지와 가까운 초·중학교에 에어컨을 설치할지 말지를 물은 투표의 내용뿐 아니라 주민들과 지자체장의 끈질긴 공방 끝에 성사된 투표였다는 점이 관심요소였다.
도코로자와시는 2006년, 기지와 가까워 소음피해가 큰 관내 29개 초·중학교에 에어컨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소음을 막기 위해 이중창문을 설치한 터라 여름철 창문을 닫은 채 정상적으로 수업을 하려면 에어컨이 필수불가결하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
그러나 2011년 당선된 후지모토 마사토(藤本正人) 시장은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에 따른 원전 가동 중단으로 전력난이 가중된 상황 등을 이유로 들며 2012년 3월, 29개 설치 대상 학교 중 한 곳의 에어컨 설치 계획을 철회했다.
나머지 28개 학교에도 설치가 취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반발한 학부모들은 시장에게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하고, 시의회 결의를 통해 압박했다.
하지만, 후지모토 시장이 끄떡도 하지 않자 학부모들은 ‘주민투표에서 찬반 중 한쪽이 전체 유권자 수의 3분의 1 이상이면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취지의 조례를 제정할 것을 시장에 직접 청구했다. 조례안이 작년 12월 시의회에서 가결되면서 주민투표가 성사됐다.
결국 15일 투·개표 결과 에어컨 설치에 찬성한 쪽이 약 65%(5만6921표)로 반대(34%·3만47표)보다 많았지만 ‘유권자 수의 3분의 1(약 9만3000표)'이라는 기준은 충족되지 않았다. 투표율이 31.54%에 그친 영향이 컸다.
투표에 참가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생활과 밀접한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하는 목소리가 눈에 띈다고 도쿄신문이 전했다. 반면 4000만엔(약 3억7000만원)에 이르는 주민투표 비용을 들일 만한 일인지 의심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아사히신문은 보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학교에 에어컨 설치 할까 말까… 일본서 이색 주민투표
입력 2015-02-16 1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