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가 무너졌다. ‘가짜 소방복’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총알 막지 못하는 방탄모 쓰고 일하는 군인이 50만명을 넘지 않느냐, 익숙한 일”이라며 “목숨 걸어 나라 지키는 사람만 바보 되는 나라”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국민안전처는 최근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전국 소방관서에 납품된 특수방화복 중 일부가 검정 기관인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의 제품검사를 받지 않고 납품됐다고 15일 밝혔다. 두개 업체에서 신형 소방복 1만9300여벌을 납품하면서 이중 5300여벌을 제품검사도 받지 않고 납품한 것이다.
이에 네티즌들은 “소방복 믿고 화염에 뛰어들었을 소방관, 결과는 참혹하다” “소방관이 목숨 걸고 지키는 사람은? 불량 소방복 납품으로 이득을 볼 업체들, 공무원들” 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무엇보다 “누가 나라를 지키겠느냐”는 인식이 심각하다. 소방복뿐 아니라 군인, 전투경찰 등 ‘나라를 위해 목숨까지 거는 사람들’을 예우하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방탄복을 착용하지 않는 군대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들은 “미군들은 총알을 막을 수 있는 방탄복을 입고 훈련을 한다. 한국군은 베트남전 당시 미군으로부터 방탄복을 지급받았지만 그마저도 ‘무거워 전술에 방해된다’며 처분해버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베트남전 케산기지전투 당시 한국군과 미군, 적군이 뒤엉켜 있는 지역으로 포병들이 지원 사격을 한 적이 있다. 당시 미군의 10배가 넘는 한국군이 주검으로 발견됐다. 방탄복을 착용 안했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방탄복은 아예 없지만 그나마 있는 방탄모 역시 총알을 막지 못한다”며 “방탄모는 ‘머리박아’용”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미군은 방탄복을 입고 활동하기 위해 팔굽혀펴기 훈련을 받는다. 우리는 청소가 안 되서 얼차려 하려고 팔굽혀펴기를 한다”며 사회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후진적 문화’를 질타했다.
현직 소방관 역시 ‘허탈감’을 호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방관은 1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피부와도 같은 방화복 하나만 믿고 화염에 뛰어든다”며 “몇 년 전 인천 공장의 화재 당시 방화복과 헬멧이 타서 화상을 입은 소방대원이 있다”고 멋쩍게 말했다. 그는 “예산이 없어 220도가 넘어가면 타들어가는 구형 소방복을 아직도 입는다”며 “장갑 하나도 동료들끼리 돌려 사용한다”고 하소연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국가에 배신감… 가짜 소방복, 가짜 방탄모 “누가 나라 지키나?”
입력 2015-02-16 1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