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영 장로 칼럼-종교인과 신앙인 (109)] 기대감, 실망 그리고 배신감

입력 2015-02-16 10:01

많은 사람들은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떤 기대감을 갖게 된다. 젊은 남녀가 만났을 경우엔 본능적으로 ‘나와 좋은 인연이 생길 사람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나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나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등의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기대감이다.

그렇게 시작된 인간관계가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되면 실망감으로 변한다. 그리고 나는 평소 상대에게 잘해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상대방이 내게 주는 대가가 부정적인 경우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에 부담을 느낄 때가 많다. 비즈니스를 할 때도 좋은 사람과만 거래를 하고, 대하기 힘든 사람과는 - 많은 이익이 예상되어도 - 아예 거래를 안 한 경우도 많다. 좋은 사람하고만 교제하며 살아도 짧은 세상인데, 복잡하게 너무 많은 사람과 인간관계를 맺는 것은 유익하지 않다고 생각해서다. 그래서 좋은 벗을 갖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다. 옛말에 친구 따라 천 리 길을 간다고 하지 않는가. 부자가 된 친구를 사귀면 돈을 버는 방법을 배우게 되고, 공부 잘 하는 친구를 사귀면 학업 능력이 향상된다. 싸움 잘 하는 친구를 사귀면 동네 비렁뱅이가 된다고 한다.

상대방이 나를 볼 때 어떤 기대를 갖고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상대방이 아마 나를 부자라고 생각한다면 무슨 기대를 하게 될지 한 번쯤 생각해 본다. 나에게 큰 기대를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의 기대를 충족해 줄 수 없을 때 참으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람이 실망할 것을 생각하면 내게는 큰 부담이 생긴다. 당신의 부모님은 당신에게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당신의 친한 벗은 당신에게 어떤 기대를 갖고 있을까?

입사 면접 때 많은 지원자들은 면접관이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습니까?”라든가 “당신의 가족 사항은 어떻습니까?”라는 질문을 하면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원자는 미리 준비해 온 내용을 신나게 줄줄 외운다. “나는 엄격하신 아버님과 자애로운 어머니를 모시고…” 모든 사람이 비슷한 내용을 계속 이야기한다. 어떻게 면접을 통과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우선 회사가 나에 대해 무슨 기대를 갖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무역 관련 직무에 응시했다면 회사는 그 사람의 스펙 중 무역 실무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외국어는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 성품은 영업 적성에 맞는지, 그리고 그 사람의 성실성은 어떤지 등을 보려고 한다.

이것을 파악하고 요령 있게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은 분명히 면접을 통과할 것이다. 회사가 갖고 있는 그 사람에 대한 기대감에 만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자신의 스펙이 뛰어나고 좋은 학교를 졸업했으며 자신의 시험 성적이 우수하니까 당연히 취직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회사는 그 사람의 성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가 회사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사람인지를 판단하려 한다. 그 기대감을 찾지 못하고 자신의 똑똑함만 자랑한다면 취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어버이이자 아들이요 딸이다. 어버이로서 아들로서 딸로서 상대방의 기대감에 얼마나 충족했는가. 또 나는 한 가정의 가장이다. 내 자식들의 기대감에 얼마나 부응했는가. 그리고 나는 직장의 한 구성원이다. 나는 회사의 기대감에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는가.

주변 동료들에게, 그리고 상사에게 인정받고 있다면 승진과 연봉도 만족스러운 나날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세월만 보냈다면, 나이를 먹었는데도 새내기 신입사원과 계속 연봉이 비슷하다면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게 좋다.

사람의 기대감은 은행 통장과도 같다. 기대감이 입금되는 감성 통장이 있다. 그 감성 통장에 차곡차곡 저금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번 출금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들의 감성 통장에 넉넉하게 후한 점수를 쌓고 있다면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계속 마이너스를 쌓고 있으면 나쁜 사람으로 분류된다.

우리 모두는 받고 태어난 탤런트가 있다. 탤런트에 따라 능력을 발휘하고 그에 걸맞은 위치에 올라서 있는 사람들이 있다. 많은 탤런트를 가진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많은 기대감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나, 부자들, 사장들에게는 모든 사람이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특히 빼 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 바로 목회자들이다. 사람들은 목회자들에게도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이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나쁜 목회자가 된다. ‘지도자 위치에 있는 사람은 그 행동을 삼갈 것’이라는 성경 말씀이 있다. 지도층에 있는 사람이 조금만 잘못해도 금세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신의 품위를 지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예수님이 목이 마르시어 무화과나무에서 그 열매를 구하셨다. 그런데 무화과 열매가 없었다. 예수님이 그 나무에 저주하니 그 나무가 말랐다는 성경 말씀이 있다. 사회가 그 열매를 요구할 때 우리는 그 열매를 내놓아야 한다. 회사가 능력을 요구할 때엔 그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실망감이 클 것이다.

우리 스스로를 항상 돌아보고 말과 행동을 삼가 조심하자.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그 모습을 세상에 보여주자. 그리스도인으로서 세상의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는, 예수님을 닮아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사람들이 우리의 모습을 보고 예수님을 믿을 수 있게 하는 크리스천의 모습을 그려 본다.

한국유나이트문화재단 이사장, 갈렙바이블아카데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