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조원 금고에 쌓아 놓은 대기업들 배당은 ‘쥐꼬리’

입력 2015-02-16 09:05

국내 주요 기업들이 쌓아놓은 현금성 자산이 150조원을 넘지만 기업들의 배당과 투자는 ‘쥐꼬리’ 수준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의 현금성 자산(현금 포함)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158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 말 150조3000억원보다 8조원이 증가했다.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은 10년 만에 100조원이 늘어났다.

현금성자산이 급증한 것은 기업들이 불확실한 대외 여건 등의 영향으로 투자를 꺼린데다 수익성 있는 투자처를 찾기도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2014년 예상 배당성향은 23%로 주요국 중 가장 낮으며 세계 평균 40%를 훨씬 밑돈다. 뉴질랜드(84%)와 호주(70%), 브라질(56%), 유럽연합(55%), 말레이시아(53%), 홍콩(51%) 등의 배당성향은 50%가 넘는다. 미국(34%), 중국(32%), 일본(28%) 등도 한국보다 높다.

배당성향이란 기업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중에서 주주에게 배당한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비율이다.

국내 총설비투자는 2010년 121조6000억원 규모로 증가한 이후 4년째 120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2013년 설비투자액은 123조5000억원으로 전년 128조3000억원보다 5조원 감소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기업들의 배당이 확대되고 있지만 외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바닥권”이라며 “올해에는 기업소득환류세제 법안 시행 등으로 배당과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불확실성 대비 차원에서 기업들이 유동성을 확보했지만, 투자나 배당을 하지 않고 쌓아두면 자금순환이 안 돼 경제 전반에 부정적”이라며 “투자는 경기 회복에 따라 늘어나고 배당은 주주가치 차원에서 확대 요구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