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적(敵)을 이기기 위해 적장(敵將))을 영입하다

입력 2015-02-15 12:46 수정 2015-02-15 13:41

KB금융지주가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금융업계의 맞수다. 이 때문에 적(敵)을 이기기 위해 적(敵)의 장수(將帥)를 영입했다. 더욱이 최 전 사장은 신한금융을 떠나기 직전 회사 측과 갈등을 빚다 팽(烹)당했다는 설이 있어 신한금융 측은 최 전 사장이 경쟁사 사외이사로 영입된 사실을 우려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두 달 가까운 논의를 거쳐 지난 13일 선정한 최종 사외이사 후보 7명에는 25년간 신한에 몸담았던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포함됐다. 한국 금융사에서 경쟁업체의 전직 CEO를 사외이사로 영입한 것은 드문 일이다.

최 전 사장은 한국은행에서 근무하다가 1974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무부 사무관으로 재직했으나, 미래가 보장된 경제관료 자리를 박차고 나와 1982년 신한은행이 세워질 당시 합류한 신한의 ‘창립 멤버’다.

이후 국제부장, 뉴욕지점장, 종합기획부장 등 요직을 거쳐 1999년 신한은행 부행장, 2001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을 역임했으며, 마침내 2003년 신한금융 사장을 맡아 라응찬 회장에 이어 그룹의 2인자 자리에 올랐다.

최 사장은 굿모닝증권과 조흥은행 인수를 진두지휘하며 그룹의 브레인 역할을 했으나, 라 회장과의 불협화음 끝에 2007년 신한을 떠났다. 일부에서는 2인자를 견제하는 라 회장의 뜻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최 전 사장의 영입에는 윤종규 KB금융회장이 삼고초려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두 사람은 성균관대 선후배로 사이로, 행정고시도 각각 15회와 25회로 합격했다.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최 전 사장은 1978년 행시에 합격한 뒤 재무부를 거쳤고, 윤 회장은 같은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1년 행시에 합격했다.

특히 최 전 사장이 신한금융을 떠난 배경와 이번 KB금융지주 영입에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005년 5월 최 전 사장은 신한금융의 창립자인 라응찬씨를 이을 2인자로 부상했으나, 이를 두려워한 라응찬 측이 최 전 사장을 내쳤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당시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는 최 전 사장을 ‘경질’했고, 일부에서는 “최영휘씨가 팽당했다”고 주장했다.

2007년 은행권 사상 최대의 이익인 2조8000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등 2000년대 후반까지 국민은행은 명실상부한 ‘리딩뱅크’였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신한은행에 1등 자리를 내줬고 지난해에도 2조원이 넘는 순익을 낸 신한에 크게 뒤졌다.

지난해 말 취임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리딩뱅크 탈환을 지상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반드시 1등 은행 자리를 되찾아야 한다”는 얘기를 임직원들에게 수없이 강조하는 윤 회장은 신한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신한을 먼저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은행과 증권을 결합한 신한의 자산관리 경쟁력과 복합금융점포, 직원 한 명이 대출ㆍ예금ㆍ펀드ㆍ보험 등 고객의 다양한 업무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원스톱 뱅킹’과 같은 특화된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번 선임도 이러한 신한의 경쟁력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최 전 사장을 영입해 그의 경험과 지식을 100% 활용함으로써 반드시 신한을 넘어서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읽힌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패라는 손자병법을 경영에 도입한 셈이다.

박은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