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찔한 '치매 노인 운전' 골머리…앞으로 우리의 모습?

입력 2015-02-15 11:56 수정 2015-02-15 12:04
최근 일본 사회에서 치매 노인들의 역주행 운전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KBS방송 화면 캡처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넘는 26%가 65세 이상 노인인 초고령 사회, 일본에서 최근 치매 노인들의 역주행 운전 사고가 잇따라 사회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65살 이상 노인 인구가 13%를 넘어서며 급속히 초고령사회로 가고 있는 우리도 서둘러 대비하지 않으면 일본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우리나라도 치매환자의 운전 능력에 대한 검사 규정이 전무한 실정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4일 KBS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일본 고치현의 한 고속도로에서 70대 치매 할머니가 흰색 승용차를 몰고 역주행하다 마주오는 차량과 충돌할 뻔한 아찔한 장면을 보도했다.

이 치매 할머니가 운전한 차는 결국 오토바이와 충돌해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50대 남성을 숨지는 사고로 이어졌다. 경찰은 치매 증상 때문에 처벌을 하지 못해 유족들만 피해를 보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치매 증상은 어느 순간부터 서서히 발병하기 시작하지만, 노인들은 이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

일본 고치대학 의과대학이 일본 도로공사의 의뢰를 받아서 검사를 해봤더니, 65살이 넘으면 대뇌 기능에서 공간 인지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특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치매 증상이 발병해 진행되면 그 정도는 더 심각해졌다. 자신이 역주행을 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노인들, 특히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노인들의 역주행은 대부분 2가지 경우다. 첫째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어가 식사를 하거나 화장실을 다녀온 뒤, 다시 도로에 진입할 때 발생한다. 제대로 된 주행로로 진입을 해야 하는데, 어디로 들어갈지 몰라 고민을 하다, 역주행 차선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두번째는 자신이 나가야 될 출구를 놓쳤을 때 다음 인터체인지로 나가 돌아와야 하는데, 그대로 차를 돌려 역주행을 하는 것이다. 공간 인지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까 자신이 역주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도 치매 환자의 운전주행능력에 대한 검사 규정이 전무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임수경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통보받은 치매 환자 중 운전면허 소지자는 109명이었다. 이 중 수시적성검사를 신청한 자는 97명이나 운전적성판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불합격인 자는 지난 3년간 2명에 불과해 운전면허 취소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치매환자 운전면허의 경우 대상자가 출석해 제출한 서류(의사 진단서 등)를 토대로 심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운전능력에 대한 정밀한 검증이 어려운 것으로 지적됐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