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이 돌고돈다’ 학생·선생이 동등한 조합원인 대안대학… 배움으로 삶을 살찌워

입력 2015-02-14 16:55 수정 2015-02-14 16:58

경쟁에서 벗어나 학문과 삶에 대해 공부하는 ‘대안 대학’이 생겼다.

조합원들이 출자금을 내고, 함께 만든 교육과정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학교를 중퇴한 10대부터 배움에 뜻이 있는 50대까지 대학을 다니는 각자의 사연은 다양하다. 교육과정 2년간 듣는 수업은 60여 가지를 넘는다. 개인과 사회, 환경 등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소통하며 커가고 있다.

지식순환협동조합에서 만든 대학의 첫 강의는 서울 은평구 녹번동의 한 강의실에서 지난달 12일 시작됐다. 입시 전형도 있다. 현재 40명의 수강생을 뽑아 가르치고 있다. 한국에서의 대안대학은 2001년 ‘녹색대학’ 이후 두 번째다.

학생과 선생이 동등한 ‘조합원’의 형태로 운영된다는 점이 특이하다. 학생이 자신의 관심 분야를 살려 선생이 될 수 있고, 선생 역시 수업을 듣고자 하면 학생이 될 수 있다. 지식이 순환되는 형태다.

지순협 대안대학의 교과위원회는 2013년 만들어졌다. 인문학·사회과학·자연과학 등이 어우러지고 그 지식들이 삶에 맞닿을 수 있게 커리큘럼을 짰다. 고전강독부터 페미니즘, 정치경제학, 과학기술을 성찰하기 위한 이론까지 커리큘럼에 담겼다. 실천 과정인 워크숍도 있다. 자기탐구 글쓰기, 몸짓언어 익히기, 꿈 말하기 등을 이론과 함께 배운다.

현직 교수들이 대학 강단에서 느낀 문제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경쟁으로 얼룩진 교육을 지양하고 공감과 협력을 꾀하는 것이 지순협 대안대학의 취지다. 하지만 ‘대학’이라는 틀은 유지된다. 대개 8번의 강의 정도로 끝나는 대중 인문강좌와는 다르다. 한번 발을 들이면 2년간 커리큘럼을 이수해야 한다. 출석 관리도 엄격해 2회 이상 결석하면 그 수업은 F를 받는다.

지순협에서 담임교수를 맡고 있는 권민정(29)씨는 공업고등학교 미술 교사다. 그는 “공업고등학교는 대학교처럼 취업률이 떨어지는 과는 폐과가 된다”며 “이런 현실들에서 이상을 찾다보니 대안대학에 발을 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늦깎이 학도도 있다. 엄문희(44)씨는 “마흔이 넘었는데, 최근에 글을 쓰려다보니 생각의 깊이가 필요했다”며 “다시 공부를 하고 싶었다. 원서 접수 마감 이틀 전에 원서를 냈다”고 말했다.

대학에는 강단이 없다. 대신 학생과 선생이 눈높이를 맞출 수 있게끔 동그랗게 책상이 배열되어 있다. 오리엔테이션 날, 수강생들은 직접 ‘담임교수’를 뽑았다. 대안대학에는 취업과 스펙 경쟁이 없다. 순수한 배움의 열정으로 의기투합한 학생들이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하루하루를 채워가고 있다.

지순협 사무국장 강정석(35)씨는 “지순협 대안대학에선 배우는 자와 가르치는 자의 구분이 없다. 서로 모르는 것을 이야기하며 지식을 순환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수료한 학생들이 4~5년 뒤에는 직접 강의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