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13일 ‘공동여론조사’ 제안은 여론을 앞세워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와 새누리당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였다. 그러나 여론조사를 무기로 현안을 해결하려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는 비판만 남겼다.
문 대표의 여론조사 제안은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의 자체 여론조사 결과 등이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원은 최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세 차례 실시했는데, 이 후보자에 대한 적합도 조사에서 ‘부적격’ 의견은 모두 과반을 넘었다. 특히 부적격 여론은 각각 52.9%, 53.8%, 55.0%로 증가세였다.
새정치연합 입장에서는 이 후보자가 여론에 밀려 자진사퇴하게 되면 ‘16일 본회의 처리’를 둘러싼 부담도 덜어낼 수 있었다. 그동안 당 내부에서는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인준을 표결하는 본회의 참석 여부나 표결 참여 여부 등을 놓고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 한 번 연기한 본회의 일정을 다시 연기할 수도 없고, 본회의에 참석해 부결을 시키면 ‘국정 발목잡기’라는 비난이 예상돼 운신의 폭이 좁은 상황이다.
그러나 문 대표의 제안 직후 국회에서는 거센 후폭풍이 밀려왔다. 원내 지도부와도 사전 조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당내에서도 “성급한 제안이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자는 정도로만 했어도 됐을텐데, 괜히 ‘승복’이라는 표현까지 써서 논란을 자초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문 대표 발언의 진의를 설명하느라 하루 종일 진땀을 뺐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두 차례의 국회 브리핑에서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인 만큼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국민의 뜻을 따르자는 취지”라며 “여론조사를 하자는 것은 그 방안의 하나로 제안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은혜 대변인도 기자들과 만나 “여론조사에 방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민심에 귀 기울이겠다는 것에 방점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새누리당의 반발에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말바꾸기’ 비판 등에 대해 “합의내용을 왜곡해서 그렇게 얘기하면 되겠느냐”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또 유 원내대표를 겨냥해 ‘웃기는 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에서는 비노(비노무현) 혹은 소수파 지도부가 중요한 정치적 순간에 당내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의사결정 도구로 활용하곤 했다. 지난해에는 김한길·안철수 두 공동대표가 6·4지방선거 기초의원 무(無)공천 당론 재검토와 기초연금 관련 당론 채택 과정에서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기도 했다.
한편 새정치연합은 지명직 최고위원에 4선의 추미애 의원과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의 이용득 전 최고위원을 임명했다. 전략홍보본부장에는 재선의 이춘석 의원이 발탁됐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문재인 대표의 여론조사 인준 구상 왜 나왔나
입력 2015-02-13 1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