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사, 사자에 물린 채 20분간 끌려다녔다” 유족들 CCTV 확인해보니

입력 2015-02-13 16:50
12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맹수마을 방사장에서 사육사를 물어 숨지게 한 사자. 어린이대공원 제공

12일 오후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맹수마을에서 사자에 물려 숨진 사육사 김모(52)씨가 사고 당시 20분 가까이 사자에 물린 채로 끌려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유가족은 경찰에서 대공원 내 사자 방사장 CCTV를 확인한 결과 “(김씨가) 사자에 물린 채로 사자 방사장 내 여기저기 끌려다니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고 말했다고 조선일보가 13일 보도했다. 이들은 “사자 두 마리가 공격하면서 20분 가까이 김씨의 다리 등을 문 채로 끌고 다녔다”면서 “옷을 찢어 벗겼고, (김씨의 몸을) 심하게 훼손하는 장면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경찰과 유가족들에 따르면 20년 경력의 사육사 김씨는 인형 등으로 동물을 조련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뒷정리를 위해 이날 오후 2시22분 사자 방사장에 혼자 들어갔다.

평소대로라면 방사장과 격리된 내실에 들어가 있어야 할 사자 두 마리(10세 수컷, 6세 암컷)가 방사장에 나와있는 것을 확인했고, 위협을 느낀 김씨가 박스로 사자를 쫓아내면서 탈출을 시도했다.

순간 사자 한 마리가 김씨에게 달려들었고, 곧 다른 한 마리도 쫓아와 김씨를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사자들이 20분 가까이 김씨의 다리 등을 문 채로 방사장 내에서 끌고다녔다는 것이 유족들 얘기다.

온몸에 상처를 입은 김씨는 점검차 사자 방사장에 들른 소방 점검사에게 뒤늦게 발견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김씨 시신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대공원 책임자들을 불러 관리 의무 부실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명희 선임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