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물갈이 신호탄?-박근혜 대통령 '경제교사' 이한구 의원, 불출마 선언

입력 2015-02-13 15:59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대구 수성갑·4선)이 13일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현역 국회의원 중 처음이다.

이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 실시되는 20대 총선에 지역구에서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젊고 유능하고 열정적인 후보자가 충분히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당협위원장직을 사퇴했다”며 “후임자를 물색하도록 당에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남은 임기 동안 선거에 신경쓰지 않고 경제 활성화를 뒷받침하는 데 ‘올인’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경제가 정말로 어려운 상황이라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며 “내년 선거에 출마한다고 지역에 왔다갔다 하면 도저히 일할 시간이 안 난다”고 말했다. “불출마로 마음을 굳힌 건 한참 됐다”고도 했다. 지난해 9월 이 의원이 주소지를 경기도 분당으로 옮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차례 불출마설이 돌았었다.

경북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이 의원은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미국 캔자스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대구 수성갑에서 내리 3선을 했다. 당내 대표적인 경제 전문가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 불린다. 경제부총리 후보로도 꾸준히 거론돼 왔다.

수성갑이 여권의 텃밭인 대구에서도 중심지라는 점에서 영남권 물갈이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새누리당은 전통적 지지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후임자로는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위 위원장,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거론된다. 이 의원은 “언론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은 개인 사정상 출마가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구의 정치 1번지인 만큼 참신한 인물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