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스프링캠프(下)] 가난한 구단이 부자 구단 꺾는 이변을 꿈꾼다

입력 2015-02-13 21:43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의 가난한 시민구단들은 2015 시즌에도 기업구단들을 상대로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축구는 돈만으로 하는 게 아니다. 가난한 구단이 예상을 뒤집고 부자 구단을 꺾는 것이 프로축구의 묘미다.

성남 FC는 2014 시즌을 9위로 마쳤지만 상위권 팀들보다 자부심이 더 컸다. FA컵 정상에 오르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손에 넣었기 때문. 성남은 이번 시즌 K리그 클래식과 챔피언스리그, FA컵 등 3개 대회를 치러야 한다.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성남이 K리그 일정을 진행하며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소화하기란 쉽지 않다. 김학범 감독은 “챔피언스리그는 또 다른 무대”라며 “경험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스스로 느끼고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지난 시즌 심한 부침을 겪은 끝에 최종 순위 10위로 간신히 강등을 면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에 큰 폭의 변화가 일어났다. 박태민과 남준재(이상 성남), 구본상(울산 현대), 이석현(서울), 문상윤(전북) 등 주축 선수들이 떠난 것이다. 새 얼굴들이 가세함에 따라 가장 큰 불안 요소로 떠오르는 것이 조직력이다. 설기현과 이천수 등 베테랑들의 역할이 어느 시즌보다 중요하다.

지난 시즌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정상에 올라 클래식으로 복귀한 대전 시티즌은 선수단을 정비했다. 25명 남짓한 국내 선수들 중 절반 가까이가 새 얼굴이다. 대전을 이끄는 조진호 감독의 고민은 스타플레이어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플레잉 코치로 활약했던 베테랑 김은중은 지도자 연수를 겸해 투비즈(벨기에 2부 리그)로 떠났다. 최근 재계약한 브라질 공격수 아드리아노를 제외하면 스타 선수가 없다. 조 감독은 “약팀이 강팀에게 경기 내내 밀리다가도 비수를 꽂는 장면을 축구에서 종종 접할 수 있다”며 “간절함과 열망으로 가득한 우리를 누구도 얕볼 수 없다”고 선전을 다짐했다.

지난 시즌 중반만 해도 챌린지 하위권을 전전하던 광주 FC는 놀라운 반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정규리그를 4위로 마쳤다. 그리고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3년 만에 클래식으로 복귀했다. 광주가 일으킨 돌풍의 중심엔 남기일 감독이 있었다. 2009년 내셔널리그 천안시청 플레잉 코치로 지도자의 길에 들어선 남 감독은 2010년 광주 코치로 부임했고 2013년 9월부터 감독대행을 맡아 한 시즌 만에 팀을 클래식으로 승격시키는 놀라운 지도력을 발휘했다. 남 감독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광주는 지난 2일 일본 시즈오카로 출국해 훈련과 실전을 통해 조직력을 다지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