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가 극우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에 음담패설, 여성비하, 광주 비하,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등의 내용을 담은 수천건의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기자는 최근 KBS 기자들만 이용하는 ‘블라인드’ 앱의 익명 게시판에 “여직원들이 생리휴가를 가려면 생리를 인증하라”는 내용이 담긴 글을 올려 파문을 일으켰다. 해당 글은 삭제된 상태다.
13일 미디오늘 보도에 따르면 KBS 기자들이 파문 이후 구글링을 통해 A씨의 행적을 추적한 결과 일베 회원으로 드러났다.
KBS 내부에서는 A씨가 지난 2013년 초부터 지난해 여름까지 일베 등에 6870여개의 글을 올렸고 대부분의 글이 음담패설과 여성비하, 광주 비하,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게시물과 댓글이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미디어오늘은 전했다.
A씨는 지난해 일베 게시판에 “생리휴가는 사용 당일 착용한 생리대를 직장 여자상사 또는 생리휴가감사위원회(가칭)에 제출하고 사진자료를 남기면 된다”고 적었다. 익명게시판에 올렸던 내용과 유사하다. 그는 “사내 게시판 달력에 (여자들은) 생리휴가 쓰는 날짜에 이름과 얼굴을 1년 내내 게시해야 한다”는 댓글에 “그거 좋네”라고 답글을 달았다.
A씨는 또 일베 게시판을 통해 “여자들은 핫팬츠나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연음란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는 “밖에서 몸 까고 다니는 X이면 모텔 가서 함 하자 하면 XXX 같은데”라고 적었다. A씨는 이밖에도 기사에 차마 담을 수 없는 여성에 대한 혐오적인 성적 묘사를 일베 게시판에 남겼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왜곡된 역사인식도 보였다. 그는 일베 게시판에 ‘근데 광주시민이 분노할 건 뭐노’라는 제목으로 광주시민들이 종합편성채널의 5·18 왜곡보도를 두고 분노하고 있다는 한 매체 기사를 첨부했다. 그러면서 “좀 웃기지 않냐ㅋㅋㅋ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사태 폭동이라 부르면 왜 유독 광주사람들이 화를 낸다는 거임?ㅋㅋ이권 짤릴까바?”라고 쓰기도 했다.
A씨는 ‘일베에 5·18 조롱글 일색…희생자 ‘홍어’로 비유’란 제목의 기사에 달린 일베 비판 댓글을 일베에 퍼나르기도 했다. A씨는 해당 댓글을 가리키며 “나라 망한다 걱정하는 좌음(포털사이트 다음을 가리키는 일베 용어) 댓글러들 꼬라지 봐라…이미 기사 내용은 관심 밖이고 파블로프의 개 마냥 짖고 있다”고 적었다. A씨는 “한국형 진보는 사회적 기생충들이 분명하다. 열심히 일한 자들로부터 빨아먹는 데만 관심 있으니 박멸 대상이다”라는 글을 캡처해 일베 게시판에 올리며 “패기 멋지노”라고 글을 남겼다.
지난 2013년 자신의 페이스북에는 “성 팔면 피해자, 성 사면 가해자. 명백한 시장거래 행위를 가해자-피해자 대립구도로 보는 시각도 참신하다. 막말로 ‘마약 팔러왔습니다. 사시면 님 처벌 받지만 난 안 받아욤. 왜냐면 저는 먹고살려고 파는 거니까요’….”라는 글을 올렸다.
A씨는 최근 사내 분위기를 눈치 채고 자신의 게시물을 급하게 지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충격에 빠졌다.
인터넷에선 “판사부터 기자, 백수까지…. 사회 곳곳에 뿌리 내리지 않는 곳이 없구나” “저거 방치하면 KBS라는 회사가 성차별에 동조하는 거니까 회사 상대로 소송도 가능함. 물론 한국은 그런 나라가 아니긴 하지만” “생리인증? 와 여혐사상으로 숨겨놓은 변태 본성이냐” “나중에 모 정당에서 공천 주겠네” 등의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이명희 선임기자 mheel@kmib.co.kr
“생리휴가 가려면 생리 인증하라” ‘일베 판사’ 이어 이번엔 ‘일베 기자’ 충격
입력 2015-02-13 14:58 수정 2015-02-13 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