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 뎁의 콧수염이 매력적인 ‘모데카이’ 유쾌한 미술품 사기극 귀네스 팰트로와 이완 맥그리거도

입력 2015-02-13 09:49

주인공 찰리 모데카이(조니 뎁)는 자신의 마력의 원천이 팔(八)자에 끝이 위로 말린 콧수염이라고 여긴다. 한때는 잘 나가는 영국 귀족이었지만 지금은 파산 위기에 처한 미술품 딜러다.

좋아서 죽고 못사는 부인 조한나(귀네스 팰트로)가 콧수염을 밀 때까지 각방을 쓰겠다고 선언해 난감해진 모데카이에게 때마침 대학 동창이자 조한나를 좋아해온 마트랜드(이완 맥그리거)가 사라진 그림을 되찾아오라는 더 난감한 제안을 해 온다.

사라진 그림은 세상에 단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스페인 화가 고야의 명작 ‘웰링턴의 공작부인’이다. 그림을 복원하던 미술품 복원가가 살해당하고 그 살인범이 그림을 훔쳐갔다. 밀린 세금 탓에 어쩔 수 없이 충직한 하인 조크(폴 베타니)와 함께 그림의 행방을 쫓던 모데카이는 그림의 뒷면에 나치의 비밀 계좌번호가 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러시아 집권층, 이슬람 테러리스트, 중국 마피아, 예술품 밀매업자, 미국 최고의 억만장자까지 온통 적이다. 이런 가운데 모데카이는 과연 그림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 영화 ‘모데카이’(감독 데이빗 코엡)는 조니 뎁의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입술 위에 벌레가 둘둘 말려 있네”라고 비아냥대면 모데카이는 “우리 선조들은 모두 콧수염을 길렀다”고 말한다. 그는 부인 앞에서는 꼼짝도 못하면서 허세를 부리는 능글맞은 캐릭터다. 조니 뎁이기에 할 수 있는 연기가 아닐까 싶다.

독특한 비주얼과 독창적인 캐릭터를 선보여온 조니 뎁이지만 모데카이를 보다 보면 묘하게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의 잭 스패로우 선장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허세 가득한 말투에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 모데카이와 충성도 200%인 하인 조크의 호흡이 잘 어울린다.

모데카이와 조크 커플의 슬랩스틱 코미디는 극 초반부터 웃음을 선사하며 유쾌하게 이끈다. 하지만 비슷한 유머 코드를 남발하다 보니 막판에는 다소 식상해진다. 꽤 매력적인 캐스팅으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천재 사기꾼이 벌이는 기상천외한 사기극에는 못 미치는 아쉬움이 있다. 2월 18일 개봉. 15세 이상관람가. 106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