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남녀 10명 중 8명 이상은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등 연인을 위한 날이 사라지길 바란다는 설문조사가 나왔다. 그럼에도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사형선고 언도일이기도 한 2월 14일에 일본 제과회사가 만든 기념일을 챙기고 있다.
결혼정보업체 듀오는 최근 20∼30대 미혼남녀 542명에게 밸런타인데이에 대해 설문했다. 남성의 89.9%, 여성의 77.2%가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등 연인을 위한 날이 사라지길 바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유는 선물준비에 따른 심리적 압박과 비용 때문이다. 남성은 이벤트 준비에 대한 압박(37.0%), 비용(28.8%), 선물 아이템 선정(25.7%)을, 여성은 비용(36.8%), 선물 줄 사람의 범위(30.5%), 선물 아이템 선정(22.5%) 등을 꼽았다.
발렌타인데이를 위한 선물은 남성(46.3%)과 여성(53.0%) 모두 초콜릿을 선호했다. 남성의 경우 액세서리(23.7%), 의류(14.4%), 향수나 화장품(8.2%), 여성은 의류(14.7%), 향수나 화장품(11.6%), 액세서리(6.7%) 순으로 답했다.
밸런타인데이 때 선물구입에 지출하는 평균 금액은 남성은 8만6000원, 여성은 3만원 많은 11만6000원으로 조사됐다. 초콜릿 구입에 10만원 가까이 쓴다는 얘기다.
발렌타인데이는 로마시대 철학자 ‘발렌티누스’가 젊은 남녀의 결혼을 주례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로마에선 서방 이민족들의 침입에 대비한 군인을 징집하기 위해 결혼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었다. 그는 2월 14일 황제의 명을 어긴 죄로 곤봉에 맞아 사망한 후 목을 잘라 효수하는 벌을 받았다. 서양에선 그를 기리기 위해 발렌타인데이에 소소한 편지나 선물을 교환해왔었다.
2월 14일의 아이러니는 ‘민족의 비극’과도 닿아있다. 이날은 안중근 의사의 사형선고 언도일이기도 하다. 동시에 1958년 일본의 제과회사 모리나가(森永)가 ‘하루정도는 여성이 남자에게 자유로이 사랑을 고백하자’는 상술에서 지정한 날이기도 하다. 이후 발렌타인데이는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이 돼버렸다.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
네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생각하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한 사람 것이 아닌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진 것이다.
네가 항소 한다면 그건 일제에
목숨을 구걸 하는 것이다!
나라를 위해 딴 맘 먹지 말고
죽어라!
아마도 이 어미가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네 수의 옷을 지여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재회하길 기대하지
않았으니!
다음 세상에는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돼 이 세상의 나오거라!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안중근 사형선고일 일본상술 판쳐… “발렌타인데이 사라져라” 미혼남녀 80%
입력 2015-02-13 0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