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독자와의 사이버 대화에서 전 세계적으로 위기에 처한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무라카미는 인문학의 위기에 대한 견해를 묻는 한 독자의 질문에 대해 지난 1일 올린 답변에서 “인문계는 별로 직접적인 도움이 안 되는 학문이지만 직접적인 도움이 안 되는 학문은 세상에게 꽤나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인문학이 중요한 이유로 “화려한 결과는 내지 않지만, 느리면서도 견실하게 사회를 지탱해주기 때문”이라고 밝힌 뒤 “소설도 마찬가지다. 소설이 없어도 사회는 직접적으로는 고통받지 않지만 소설이라는 것이 없으면 사회는 점점 윤기없이 비뚤어지기 마련”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무라카미는 “인문계 학문에 대한 예산이 깎이는 것은 세계 공통의 현상인 것 같다”며 “결과가 바로 눈에 보이는 즉효적인 학문을 모두가 요구하고 있다. 점점 각박한 세상이 되어가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무라카미는 또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지난 11일 올린 답변에서 “그렇다고 단언하고 싶지만 요즘 그렇게만 말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며 “테러도 있고, 인터넷 상의 격론도 있어 글을 쓸 때 충분히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이는 일종의 반어로도 들린다.
또 “나는 평소 기본적으로 ‘펜이 너무 지나치게 강하지 않도록'해야 한다는 것을 의식한 채 글을 쓰고 있다”고 소개한 뒤 “내가 쓰는 글이 되도록 사람에게 상처주지 않도록 하자는 생각으로 단어를 택한다”고 전했다.
무라카미는 지난달 15일 ‘무라카미씨의 거처'라는 이름을 붙인 웹사이트를 한시적으로 개설해 같은 달 31일까지 독자의 질문을 받은 뒤 순차적으로 답변하고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무라카미 하루키 "인문학, 위기에 처한 세상에 중요해"
입력 2015-02-13 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