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의 첫번째 선택은 ‘양보’

입력 2015-02-12 20:46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표결 연기는 사실상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첫 번째 정치적 선택이다. 그는 그동안 본회의 처리 ‘정면 돌파’ 의지를 강하게 내비췄지만 12일 여야 합의를 통해 연기를 결정하며 ‘합리적 보수 이미지’를 유지했다.

유 원내대표는 전날까지만 해도 “예정대로 12일 본회의를 열어 인준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자정 무렵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끝나자마자 여당 인사청문특위 위원들과 원내 부대표단을 모두 불러 대책회의를 가졌다. 의결 정족수 확보와 표 단속을 위해 의원들을 독려하는 문자메시지도 발송했다. 해외에 체류 중이던 일부 의원들은 긴급히 일정을 앞당겨 귀국 티켓을 끊었다.

유 원내대표는 그러나 이날 오후 정의화 국회의장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요구를 ‘덜컥’ 받아들였다. 오전 인사청문경과보고서 단독 처리를 지휘하고, 정 의장을 찾아가 임명동의안 처리를 간곡히 부탁했던 모습에 비하면 급반전이다. 물론 정 의장이 야당 협조 없이는 의사진행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고, 야당도 향후 국회 운영을 원활하게 풀어가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탓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이날 본회의는 여야가 약속했던 일정이어서 여당 주장에도 일정부분 명분이 있었다.

유 원내대표는 일단 ‘양보’의 정치력을 발휘했다. ‘설 명절 전 처리’가 가능한 만큼 마지노선을 지켰고, 한 차례 양보를 통해 표결 처리의 명분도 쌓았다. 정 의장의 상정·처리 약속도 얻어 냈다. 단독 처리 강행 시 개혁적 이미지도 상처를 입을 수 있었다. 유 원내대표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이날 본회의에서 여당 단독으로 처리했다면 새누리당 전체에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