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간의 짧은 휴전-본회의 16일로 연기

입력 2015-02-12 20:26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가 16일로 연기됐다. 새누리당의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단독 처리 방침으로 충돌 직전까지 갔던 여야는 짧은 휴전을 선택했다.

여야는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설 연휴 전인 16일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12일 합의했다. 여야가 합의에 도달하게 된 데에는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와 12일 본회의 의사진행 거부 의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정국의 최대 암초로 부상한 이 후보자 인준안 처리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여야가 합의한 것은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최 시기를 12일에서 16일로 연기한 것 말고는 없다.

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본회의 연기에만 합의했지 안건에 대해 합의한 것은 아니다”라며 “16일 아침에 의총을 열어서 총의를 모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여야 충돌 시점이 나흘 늦춰진 것 말고는 아무런 성과가 없는 합의라는 혹평이 나온다. 여야는 “본회의를 연기해야 한다”(새정치연합), “설 전에는 임명동의안이 처리돼야 한다”(새누리당)는 주장의 절충점으로 ‘16일’을 택했다.

새누리당은 12일 오후 3시까지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단독 처리 방침을 고수했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은 단독으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며 여야 충돌 분위기가 고조됐다. 하지만 오후 3시 20분부터 시작된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에서 기류는 급반전됐다. 새누리당은 본회의를 연기해 달라는 새정치연합의 요구와 정 의장의 중재를 받아들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서 “국회의장이 어떻게든 여야 합의를 요구했기 때문에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 의장은 “천재지변이 없는 한 16일 본회의에서 인준안을 상정해 표결에 부칠 것”이라며 “(야당의 불참으로) 여당 단독표결 상황이 와도 인준안 처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16일에는 어떤 식으로든 이 후보자 인준안이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이 인준안 처리에 여전히 반대하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단독 처리 강행이라는 강수를 꺼내 들면 여야가 전면전 상태에 돌입할 수 있다. 대치 정국이 장기화되면 민생입법 처리는 물 건너갈 것이 확실하다.

또 새정치연합이 16일 본회의에 참석해 반대표를 던지며 새누리당과 ‘표 대결’을 펼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야당의 집단 반대표와 여당 내부의 반란표로 이 후보자 인준안이 부결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새누리당은 엄청난 재앙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흘 시간을 번 새정치연합이 이 후보자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수 있다.

한편 새누리당 홍문표 김태흠 이장우 의원 등 충청지역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호남총리론을 내세우며 지역정치를 조장했다”면서 ”문 대표가 충청을 무시하는 언동을 계속한다면 충청에 영원히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