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2일 예정됐던 본회의를 오는 16일로 전격 연기하면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둘러싼 최악의 파행은 일단 막았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단독 채택했고, 향후 본회의 단독 처리도 불사한다는 태세다. 이에 맞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변한 것은 없다”며 인준 반대를 명확히 했다. 합의처리가 안될 경우 설 연휴 이후 본격 시작되는 2월 임시국회는 파행이 불가피하다. 공무원연금 개혁이나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 등 현안도 극심한 진통을 겪게 될 전망이다. 전날 경남중학교 동문으로서 우애를 다진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얼굴에도 미소가 사라졌다.
◇불문율 깨지나…대치 정국으로 휘말리는 여야=새누리당이 본회의에서 단독 표결처리하더라도 국회법상 절차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에 대해 자진사퇴 혹은 합의표결 방식으로 처리해 온 오랜 ‘정치적 불문율’은 깨진다. 그런 점에서는 여야 모두 정치력을 의심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합의처리가 무산되면 일단 박근혜정부가 처리를 원하는 경제 활성화 법안은 더욱 어렵게 된다. 전임 여야 원내지도부가 합의했던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의 4월 임시국회 처리도 불투명하다.
줄줄이 충돌 사안이 많아 여야가 대화의 모멘텀을 찾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2·8전당대회 이후 강경파로 바뀐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대여 투쟁 수위를 한층 높일 가능성이 크다.
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단독 강행이 현실화된다면 (2월 국회에서의) 모든 의사일정은 물론 4월 국회에서 법안 논의도 할 수 없다”며 “앞으로 국회 상황이 순탄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 안팎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의견이 높다는 점도 새정치연합의 강경 대응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새누리당은 합의처리 또는 단독처리 가능성을 조율하면서 정면 돌파를 시도할 전망이다. 설 연휴 여론전에도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후 공무원연금 개혁이나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 이슈를 부각시키면서 이슈 전환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국무총리의 자리는 단 하루도 비워둘 수 없는 중요한 자리”라며 “경제 살리기를 바라는 국민적 기대에 찬물을 끼얹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4·29보궐선거 때까지 냉각기 이어지나=합의처리 불발 시 여파는 4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새정치연합 문 대표가 취임 당시 박근혜정부와 전면전을 거론했던 만큼 대대적인 정권심판론을 내세울 수도 있다. 여야가 강경하게 대치할수록 선거의 의미는 커진다. 3곳 중 두 곳이 수도권(서울·경기도)에서 치러진다는 점에서 격전이 예상된다.
여야는 다음달부터 정개특위를 구성해 내년 총선의 선거구 획정 문제 등을 논의하기로 했는데 이 역시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선거구 개편이나 개헌 문제는 고도의 정치력과 타협이 요구된다. 여야 냉각기가 길어지면 선거구 개편 등 민감한 사안들은 4월 선거 이후로 논의가 미뤄질 공산이 크다. 아울러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담당 검사라는 이유로 야당이 거부감을 보여 온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통과도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최악의 파행은 막았지만 나흘 뒤 싸움은 계속된다
입력 2015-02-12 1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