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인권위, 불법 입국 어린이 수백명 석방 촉구

입력 2015-02-12 17:31
호주 국가인권위원회가 해상을 통해 불법 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돼 수용소에 억류된 중동 및 아시아 국가 어린이들의 참상을 공개하고 이들을 풀어줄 것을 건의했다고 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인권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지난 10개월 동안 크리스마스섬, 파푸아 뉴기니, 남태평양의 섬나라 나우루 등지에 설치된 수용소들의 실태를 조사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고 수백명의 어린이 수용자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을 소개했다.

2013년 1월부터 2014년 3월 사이 어린이 수용자와 관련된 폭행은 233건 발생했고 성폭행 33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어린이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어린이 수용자들이 흉기를 사용하거나 살충제를 삼키는 등의 방법으로 자해를 시도한 사례는 128건으로 나타났다.

질리언 트릭스 위원장은 “조사가 시작될 당시에는 1138명의 어린이들이 수용소에 있었으나 현재 공식 통계에는 330명이 남아있는 것으로 돼 있다”면서 “어린이들을 장기간 강제 수용함으로써 이들에게 상당한 정신 및 신체적 질환, 발달 지체를 초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호주는 중동, 인도, 파키스탄, 중국 사람들이 보트를 타고 불법 입국을 시도하는 사례가 급증하자 23년 전부터 해상에서 차단해 되돌려보내거나 수용소에 장기간 억류하고 있다. 토니 애벗 총리가 이끄는 호주 자유당은 2013년 9월 총선에서 보트 피플 봉쇄를 공약으로 내걸어 집권했으며, 그후 1년간 보트 피플이 본토에 상륙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인권위는 보고서에서 “밀항 알선업자를 단속하고 해상의 죽음을 막겠다는 목적이 야만적이며 불법적인 수단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고 비난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